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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탄생한 남북 단일팀, 갈길은 여전히 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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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사상 첫 올림픽 남북 단일팀이 탄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통해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을 승인했다. 이날 회의에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등 우리측 대표 8명, 북측 대표 3명, 장 웅 북한IOC 위원,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등 IOC 관계자 5명 등 총 16명이 참석했다. 남북이 한팀을 이뤄 출전하는 것은 1991년 탁구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후 27년만이다. 올림픽 등 종합대회에서 단일팀이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방식이 모두 결정됐다. 북한은 5개 세부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여자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고도 출전신청을 하지 않아 출전권을 일본에 넘긴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이 구제됐고, 쇼트트랙(남자 1500m 장광범, 500m 최은성), 크로스컨트리(한춘경 박일철 리영금), 알파인 스키(최명광 강성일 김련향)에서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았다.

남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행진한다. 기수는 남북에서 각각 1명씩, 남자 선수 1명과 여자 선수 1명으로 구성된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한반도 기가 그려진 특별 유니폼을 입는다. 단일팀의 영문 축약어는 'COR'이다. 우리나라의 공식 국가명의 영문 약칭은 'KOR', 북한의 영문 약칭은 'DPRK'이지만 IOC는 두 나라의 명칭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불어 'COREE'에서 따와 약칭을 'COR'로 결정했다. 또 국가 연주 시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역시 단일팀이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는 12명. 당초 5∼6명이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2배 정도 많은 인원이다. 우리 선수 23명을 합쳐 남북단일팀 엔트리는 총 35명으로 결정됐다. 스위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엔트리 확대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IOC는 종목별 국제연맹(IF)에 앞서 올림픽 출전 기준과 엔트리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엔트리는 그대로 22명으로 유지된다.

12명의 선수가 팀에 합류하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북한 선수의 숫자는 3명으로 제한된다. 당초 북한은 5명을 요청했지만, 협상을 통해 3명으로 최종 결정했다. 남북 단일팀의 사령탑을 맡은 새러 머리 한국대표팀 감독이 북한 선수 2∼3명 정도만 합류할 것을 강력하게 희망했기 때문. 우리 선수들의 기회 박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우리 정부의 요청도 있었다.

IOC 주재로 쟁점이 됐던 단일팀의 규모와 북한의 경기당 출전 선수숫자가 정해졌지만, 문제는 산적해 있다. 이외의 세부적인 사항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도 장관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가능하면 빨리 내려와서 호흡을 맞추자고 북한 측과 논의됐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설령 빨리 팀을 꾸린다 해도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대표팀이 준비한 로드맵에 따르면 2월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르고, 5일 올림픽선수촌에 입소할 예정이다. 이 로드맵대로 따른다고 가정해도,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2월10일 스위스와의 올림픽 본선 첫 경기까지도 남은 시간은 20여일에 불과하다. 북한 선수 12명의 기량을 파악하기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새러 머리 아이스하키 여자 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함께 훈련할 장소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 대표팀이 합숙 훈련 중인 진천선수촌이 가장 유력하지만, 이 역시도 변수가 많다. 합동 훈련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문제다. 우리 대표팀은 2014년 9월 머리 감독이 부임한 이래 수년간 우리만의 전술과 시스템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려 왔다. 전술이 복잡한 아이스하키에서 새로운 전술을 익히는데 최소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북한 선수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고, 서로 쓰는 아이스하키 용어마저 다르다. 북한 선수가 섞여서 훈련하면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따로 훈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 선수들의 기량이 더 뛰어나다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남북한의 전력 차이가 크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에서 우리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는 2∼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머리 감독이 경기당 투입되는 북한 선수 3명에게 우리 대표팀의 취약 라인인 4라인을 맡기는 것이다. 총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를 제외하고 3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로 이뤄진 한 조를 라인이라고 한다. 우리 대표팀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는 4라인까지 구성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1∼3라인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북한 공격수 3명 또는 수비수 2명에게 한 라인을 책임지게 하면 북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호흡 문제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3라인에서 제외된 5명의 한국 선수와 12명의 북한 선수, 총 17명의 선수를 가지고 4라인에서 뛸 선수 5명을 추려야 한다. 한국 선수들의 포지션과 북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맞춰야 하고, 선수들의 특성과 호흡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일팀 취지에 맞게 모든 선수가 최소 한 번 이상의 경기를 뛰게 해야한다. 상대 분석 대신 우리 엔트리를 짜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단일팀, 하지만 본격 출항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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