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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10시 50분, 박태환문학수영장 앞 셔틀버스 정류장,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남자자유형 100m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한 박태환이 '스윔다운(레이스 후 정리운동)'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간격의 셔틀버스 정류장 앞은 이날 오전 각 종목 예선전에 출전한 수십 명의 남녀 선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늘도 의자도 없는 정류장 앞엔 따가운 9월의 햇살이 쏟아졌다. 손으로 볕을 가린 채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의 얼굴엔 피로감이 역력했다. 일부 선수들은 아예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얼마전 쑨양은 이동시 개인 고급차를 이용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한국인인 박태환은 개인차량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나 박인미씨가 인천 송도에 거주한다. 부모님도 날마다 박태환수영장을 오간다. 경기력을 위해 개인차량을 이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대근 전담팀 총괄실장은 손사래를 쳤다. "박태환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특혜를 받고 싶지 않다. 다른 선수들과 모든 것을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오후 7시 결선 경기를 앞둔 이날도 20여 분 동료선수들과 함께 뙤약볕 아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주최국 대한민국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정신이었다. 26일 자유형 1500m 출전 여부를 놓고 말들이 오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까지 이 종목 금메달을 모두 휩쓴 쑨양의 아성이 공고한 데다, 체력 소모가 큰 종목인 만큼 출전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태환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인천에서 하는 대회인데, 국민들이 내가 나오길 원한다. 레이스를 기대하고, 표도 사주셨는데, 내가 안 나오면 실망하실 것이다. 모든 경기에서 터치패드를 찍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