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영상]'투혼검객'남현희"하이야, 엄마 호~해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25 11:49



투혼의 '엄마검객'은 기어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 8월말 인천아시안겡미을 앞둔 마지막 외박, 엄마 남현희는 딸 하이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해 4월 딸 하이를 출산한지 5개월만인 9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이후 줄곧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해왔다. 지난 1년, 태백, 제주 전지훈련,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 출전과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하루 4번 진행되는 단내나는 훈련스케줄을 소화하는 내내 딸 하이는 지친 엄마의 에너지였다. 몇주만에 한번씩 볼 때마다 훌쩍 자라있는 딸, 까르르 웃음이 많은 딸의 재롱을 보면 시름이 걷혔다. 자라나는 모습을 놓치는 것이 아쉬워서 성장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100일, 200일, 성장사진에 이어 8월 말 300일 성장사진을 찍던 날 하이는 신이 났다. 펜싱국가대표 엄마, 사이클국가대표 아빠를 둔 우월한 유전자, 하이는 엄마와 함께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엄마의 무릎 보호대를 자꾸 매만지는 하이에게 엄마는 "하이야, 엄마 호~ 해줘, 그럼 다 나을 것같아"라며 웃었다. 잘자라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운 딸 17개월 하이에게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약속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팀 막내로 단체전에 출전해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현희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 이어 2014년 인천에서 맏언니, 마지막 주자로 나서 위대한 4연패의 역사를 썼다. 지난 12년간 정상을 놓치지 않은 독한 검객, 강한 엄마는 24일 밤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딸을 안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33세 맏언니로서의 정신적 부담감, 십자인대 파열, 닳아없어져버린 반월판연골을 딛고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의 가슴을 찔러냈다.

성장사진을 찍던 잘 남현희는 카메라앞에서 진지하게 약속했었다. "하이야, 엄마야, 엄마가 아시안게임 준비하느라고 하이 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어 미안해. 아시안게임 전에 성장사진 찍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오늘 사진 찍는 거보니까 100일, 200일 사진 찍을 때보다 훌쩍 커있더라고. 그런 모습 보면서 건강하고 밥 잘 먹어주는 것에 고마움 느끼고, 아시안게임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하이한테 금메달 꼭 걸어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하이야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20일 후 엄마의 약속은 지켜졌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