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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래머' 김재범,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시 뛴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10-22 16:11


인천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81kg 이하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재범. 인천=하성룡 기자

"분유값 벌어야죠."

'한국 유도의 간판' 김재범(28·제주)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시 매트를 누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이 전국체전에서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김재범은 22일 인천 동부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94회 인천 전국체육대회 유도 남자 일반부 81㎏이하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4회전 중 3차례의 대결을 모두 한판승으로 따낼만큼 압도적인 실력차를 선보였다. 결승에서 이희중(광주)을 상대로 2분38초만에 시원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둔 그는 지난해 90㎏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남고부 66㎏급에서 전국체전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개인 통산 7번째 전국체전 금메달이다.


2013년 제94회 인천 전축체전 남자 유도 일반부 81kg 이하급에서 정상에 선 김재범. 인천=하성룡 기자
비록 국제대회가 아닌 전국체전이지만 그에게 금메달의 의미가 값지다. 9월 4일 딸 예담양이 태어난 이후 따낸 첫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재범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유도 최연소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이후 허탈함을 느꼈다. 그랜드슬램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온 뒤 찾아오는 공허함이었다. 게다가 습관성 왼쪽 어깨 탈구와 허리부상까지 이어지면서 매트보다 재활 훈련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 말에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도 부상으로 불참했다. 그러나 득녀 이후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생각조차 바뀌었다. 딸을 위해 뛴다는 마음에 모든 일이 재미있고, 땀 흘리는 것조차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전국체전을 앞두고도 2주전에 딸과 마지막으로 만나며 금메달 의지도 다졌다.

김재범은 "몸이 아파서 세계선수권대회도 쉬고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금메달을 따내 기쁘다. 운동량이 부족해서 많이 힘들었고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올라왔다. 나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딸을 낳고 치른 첫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유로운 우승에도 책임져야 할 가족이 늘어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는 "이제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분유값을 벌어야 한다. 분유값이 상당히 비싸다"며 "4.06㎏으로 태어났다. 이제 50일 가까이 됐는데 지금은 6㎏이 넘는다. 분유를 많이 먹는다. 나를 닮은 것도 걱정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예뻐졌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재범에게 당분간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부상으로 한달 반 이상 매트를 떠나 있으면서 그가 설 곳이 매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운동을 쉬면서 생각했는데 운동하는게 좋았다. 운동을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목표의식이 사라지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정상에 있을 때 박수받고 떠나는 것보다 내가 졌을 때 끝내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강자인 그를 넘어설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김재범은 매트를 계속 누빌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다.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가대표 1차선발전(11월 12일~13일 경북 경산)에 집중할 뿐이다. 그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언제든 운동하고 시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몸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지만 선발전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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