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의 주역 임영철 감독이 돌아왔다.
5년 만에 가슴에 단 태극마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끝으로 실업무대에 주력했던 임 감독은 최근 대한핸드볼협회로부터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 실업팀 지도자 신분으로 대표팀을 겸임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베이징올림픽과 달리 사상 첫 전임 지도자 타이틀을 달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탈환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 핸드볼협회의 야심작이다. 인천시체육회를 실업 무대 최강으로 이끌었던 임 감독은 장고 끝에 태극마크를 손에 쥐었다.
아테네 은메달과 베이징 동메달로 우생순 신화를 쓴 임 감독은 국내 최고의 여자 지도자 중 한명으로 꼽을 만하다. 그래서 부담감이 더 크다. 사실 여자 핸드볼은 베이징올림픽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것은 시작이었다. 2011년 브라질세계선수권에선 11위로 부진했고, 급기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노메달로 고개를 숙였다.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유럽의 추격은 무서웠다. 장신 선수까지 앞세운 상대의 반격에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설 자리는 없었다. 임 감독은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우리가 스피드에서 앞섰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 "체격적으로 우리가 승리하긴 힘들다. 스피드를 더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지향점을 밝혔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해 볼 만하다는 평가도 많다. 숙원이었던 세대교체는 이제 완성단계에 접어 들었다. 언니들의 자리는 이제 김온아(25) 류은희(23) 원선필(19· 이상 인천시체육회) 권한나(24·서울시청) 등 신세대들의 차지가 됐다. 러시아전에서 9골을 폭발시키며 깜짝스타가 된 최수민(23·서울시청) 같은 선수들의 발견도 반갑다. 임 감독은 "예전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부상 중인 김온아도 12월 세르비아세계선수권에는 복귀할 것 같다"며 "윙, 피봇 등 보완해야 할 포지션이 몇 군데 있지만, 남은 기간 잘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감동을 안겼지만, 정상에 오르진 못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도전의 꿈은 뭘까. "지난 두 번의 기억에 아쉬움은 없다. 이번도 물론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