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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자메이카 육상대부 단독 인터뷰 "볼트가 파월 이긴다. 특별하니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8-23 13:11 | 최종수정 2011-08-23 13:11


◇프란시스 자메이카육상연맹 집행위원 대구=노주환 기자

◇프란시스 자메이카육상연맹 집행위원 대구=노주환 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혜성 처럼 등장한 후 북중미카리브해의 소국 자메이카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볼트와 육상은 자메이카의 빅 히트상품이 됐다. 육상을 군림했던 미국은 손톱 크기 만한 소국 자메이카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에서도 남녀 단거리(100·200m, 400m계주)에선 자메이카가 미국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왜 자메이카가 육상 단거리에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걸까. 스포츠조선이 볼트를 발굴한 자메이카 육상의 대부 알프레도 프라노 프란시스 자메이카육상연맹 집행위원을 단독으로 만났다. 23일 자메이카 선수단이 묵고 있는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진지하게 1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긴 머리를 말아 모자 모양으로 두른 헤어스타일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는 육상 중거리 선수 출신으로 볼트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찾아낸 발굴 전문가이다. 현재 자메이카에서 육상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육상 행정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볼트가 이긴다. 왜냐하면 특별하니까

그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부터 했다. "볼트와 아사파 파월 중 누가 이번 대회 남자 100m에서 우승할까."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볼트가 대구에서 챔피언이 될 것이다." 볼트를 키워낸 스승이라서 일까. 아니었다. 그는 "볼트는 매우 남다른 선수다. 특별한(special) 존재다. 그래서 승리한다"고 했다.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치 않았다. 볼트는 2년전 베를린대회에서 9초58의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다. 지난해 허리와 아킬레스건을 다쳤던 볼트는 올해 최고 기록에서 파월에 0.1초 뒤져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 파월이 이번에 볼트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그런 예상을 비웃었다.

그는 볼트는 존경할 만한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볼트는 자메이카 트렐로니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야채가게를 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다. 볼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자 빈민촌에 가까웠던 고향 동네 마을은 일약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볼트가 뛰어놀았던 캄캄한 거리에는 새로 전기가 들어왔다. 가난했던 집안은 단번에 벌떡 일어섰다. 요즘 볼트의 1년 총수입은 100억원(추정)을 넘어선다. 하지만 돈과 명예를 두 손에 쥔 볼트는 가난했던 시절과 바뀌지 않았다. "볼트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볼트는 거만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의 매니저와 자주 얘기를 나누는데 볼트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똑같이 팬들을 대한다"면서 "볼트는 우리 자메이카의 우상이다. 자메이카 육상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토털 패키지 상품이다. 트랙 안팎에서 매우 완벽한 선수이다"고 말했다.

'제2의 볼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볼트의 나이 벌써 25세. 자메이카는 영원히 볼트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 수 없다. 볼트는 2016년 브라질월드컵을 은퇴 시점으로 보고 있다.

자메이카 육상은 이미 볼트 이후를 자연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제2의 볼트를 누구라고 꼬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망주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트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면서 자메이카의 어린 육상선수들은 제2의 볼트가 되기 위해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볼트가 출전했던 전국 유소년육상대회엔 자메이카 전역에서 좀 달린다는 선수가 전부 모여든다. 그들을 보기 위해 팬들도 구름 처럼 모인다.


육상은 자연스럽게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자메이카도 육상 뿐아니라 축구, 농구, 크리켓 등을 즐겨 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자메이카 육상이 세운 업적은 다른 종목과는 달랐다. 육상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민들은 볼트를 보면서 흥분했다.

육상은 아마추어, 돈에 앞서 열정이 있어야 한다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자메이카 육상의 성공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신체조건과 음식, 환상적인 육성 시스템 그리고 흘륭한 파트너십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상당수 자메이카인들의 피에는 잘 달릴 수 있는 '액티넨A'라는 특이 유전자가 있다. 우리의 마와 같은 '얌'을 많이 먹어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한다. 또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벌어지는 단계별 육상대회를 통해 제2의 볼트를 끊임없이 찾아낸 후 육성한다. 용품회사 푸마는 자메이카육상경기연맹을 수년째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자메이카육상연맹은 자메이카공대와 함께 지도자와 선수를 과학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메이카의 지도자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이제 자메이카육상은 국내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최고의 프로그램을 구축했기 때문에 주변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프란시스 집행위원은 아무리 육상에 많은 돈이 흘러 들어와도 아마추어 정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나도 무보수로 육상연맹 일을 하고 있다. 볼트 같은 선수들도 자발적으로 육상행사에 참가한다"면서 "이번 우리 선수단에는 과거 자메이카 육상을 이끌었던 메달리스트들이 많다. 육상을 통해 얻은 걸 다시 육상을 위해 토해내야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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