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화가 김병기씨 회고전 열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5시 12분
"나의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게 작품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과정적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85세. 그러나 20대 청년처럼 펄펄 끓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원로화가 김병기씨의 회고전 `비형상을 넘은 새로운 형상 추구'가 20일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50∼60년대 김환기 유영국과 더불어 추상미술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서, 20년간의 해외생활을 포함해 파란의 삶을 살아왔던 낭만주의자로서 김화백의 미술인생 50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몬드리안의 수직과 수평의 기하학을 과감하게 도입한 초기 작품부터 세잔, 르느와르, 고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최근작까지 총 80여점이 전시된다. 작가의 삶을 관류하며 치열하게 전개됐던 형식의 실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을 가미해 이루어낸 독특한 변형과 조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을 형상성이 있는 새로운 추상이라는 뜻의 `비형상을 넘은 새로운 형상 추구'라고 붙인 것도 바로 그 때문. 추상 형식에서 출발해 내용으로 돌아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자연을 음미하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풍부하게 화폭에 담고 있다.
자연의 이미지를 최소화한 60년대의 `유연견남산', 이 땅에 대한 애정을 담은 80년대의 `능금나무'와 `인왕재색', `천안문 엘레지' 또 나무라는 구체적 대상에 여체의 추상적 이미지를 덧씌운 90년대작 `엑상프로방스의 나무'까지 면면한 흐름속에 변화를 모색해온 김화백의 통시적 개인사를 볼 수 있다.
90년대 이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애정은 노화백의 염려섞인 문명관을 엿보게 한다. "과학과 테크놀로지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들의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가져오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상의 위기와 자연의 파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그 부정적 현상에 저항하고 싶다."
5월14일까지. (02)3216-1020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