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소총부대' 추락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3시 48분
V9 신화를 일구면서 최고의 명문팀으로 자리잡았던 해태가 다져온 또다른 컬러는 바로 `대포 군단'.
`국민타자' 이승엽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삼성이 홈런의 신흥 명가로 떠올랐지만 그래도 홈런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해태의 빨간 유니폼이다. 왕년의 홈런왕 김봉연으로부터 시작되는 해태의 홈런사는 모기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위기에도 면면히 이어져왔다.
결국 지난해에는 시즌 최다홈런인 210개의 아치를 그려내는 신기원을 이뤘다. 이승엽과 스미스를 앞세운 삼성을 3개차로 제친 것.
그런데 올시즌들어 해태의 방망이가 영 맥을 못추고 있다.
17일 현재 해태의 홈런수는 고작 4개. 11경기를 마쳤으니 사흘 건너 한번씩 홈런 구경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1.59개가 폭죽처럼 터졌던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 `소총부대'로 정평이 난 SK(6개)에게도 뒤진다.
이처럼 해태가 `공갈포'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상대 투수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외국인타자들의 교체가 뼈아프다. 지난해 40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팀내 최다홈런을 기록했던 샌더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미스에다 구단과의 감정대결이 어우러져 재계약에 실패한 케이스. 또 심심찮게 일발장타를 과시했던 브릭스도 요즘 김응용 감독의 눈에 밟힌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닿는다.
여기에 지난해 32방을 담장 밖으로 날렸던 왼손 거포 양준혁(LG)이 빠진 구멍도 휑하다. 그나마 간판타자인 홍현우마저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인지라 당분간 시원스런 포물선을 구경하기 쉽지 않을 듯.
한방이 아쉬운 대목에서 찔끔거리는 타자들을 보는 김감독의 속이 터질 법도 하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