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현대 진성호감독 속을 누가 알랴?'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3시 48분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있은 여자농구 용병 드래프트는 무려 `무박2일'에 걸쳐 3시간30분만에 끝났다.
드래프트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장본인은 현대건설 진성호 감독.
진감독이 2라운드서 중국농구협회에 등록돼 있으나 이번 갑급리그에 출전하지 않은 쑨잉을 지명한 게 발단이었다.
센양 소속이었던 쑨잉은 대회 직전 충칭으로 트레이드됐으나 계약을 맺지 않아 `무소속' 상태.
중국농구협회 류펑옌 부회장이 즉각 "쑨잉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뽑혀도 한국에 보낼 수 없다"고 설명했고, 연맹 조승연 전무는 "이번 드래프트 자격은 갑급리그에 출전한 선수에 한한다"고 못박았다.
진감독은 "갑조에 등록된 선수로 대표팀이나 보호선수 리스트에 속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핏대를 세웠다.
중국 여자농구팀 셔우깡과 자매결연을 맺어 중국 사정에 밝은 진감독이 연맹의 실수를 매섭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자료 부족으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선수들을 둘러보고, 드래프트 하루 전 중국농구협회에서 난데없이 보호선수 리스트를 통보받은 한국 감독들의 불편한 심사를 대변한 셈이다.
그러나 진감독이 1시간40분 동안 언성을 높이며 "1라운드부터 전면 거부하겠다"고 초강경 자세로 나오자 다른 감독들조차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만만하던 진감독은 5개팀이 예정대로 선발을 끝내자 태도를 180도 바꿨다.
"2라운드를 포기하고 부상의 경우에 대비해 뽑는 교체선수 3명중 1명을 지명하겠다"고 말했다가 다시 3라운드 형식을 빌어 장린(셔우깡)을 뽑았다.
분명 규정을 벗어난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진이 빠진 관계자들은 두손을 들었다. 이때 시각이 자정을 넘긴 0시30분.
뽑고 싶었던 선수가 앞 순위에서 지명되자 억지를 부린 건지, 여자농구 발전을 위한 의도된 쇼맨십이었는지는 진감독만이 알 일이다.
[상하이(중국)＝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