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돌풍 주역 '여성 삼총사'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4시 09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지난해 10월 국내 수입된 후, 남성들에게 `사랑의 묘약'으로 사랑받고 있다. 시판 첫 달에만 63억원, 6개월 동안 약 100억원어치나 팔렸다.
이같은 열풍 뒤에는 `비아그라 3총사'가 있다. 뜻밖에도 다 여성들이다. 한국화이자제약(주)의 노정순 홍보부장(39), 김선빈 마케팅과장(30), 영업부 조정윤씨(25). 김씨와 조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나 "여자들이 비아그라를 팔다니!"하고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그런 시각이 이상하다. "그게 뭐 어떻다는 얘기냐"라고 되묻는다. "남자의 성을 되찾아주는 전문가"란 자부심으로 꽉 차 있다. 실제로 김과장, 조씨는 약대 출신이다.
그렇다 해도, 애로사항이 없을 수 없었다. 현장을 뛰는 입사 1년차 햇병아리 조씨가 특히 그랬다. 의사들마저 "여자가 그런 약을…" 혹은 "네가 뭘 알겠냐" 하는 반응을 보였다. 가족과 남자친구의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조씨는 당당했다. 남자 성기를 본뜬 볼펜, 벽시계 등의 판촉물이 예뻐 보일 만큼. 또 "성경험은 없지만, 상상의 날개를 펴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 결과 한달간 6100만원어치 판매, 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진짜 안타까운 건 `정력제 파는 여자들'이란 색안경이 아니다. `비아그라＝정력제'란 편견이다.
"비아그라는 정력제나 최음제가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등의 질환으로 혈관이 수축된 환자를 위한 발기부전 치료제에요." 이들이 되풀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비아그라에 대한 이런 오해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낳는다. 약 복용 후 TV를 보다가, 아니면 사무실에 멍하니 있다가 항의 전화를 하기 일쑤다. "왜 효과가 없느냐"는 것. 30분∼1시간 안에 성적 자극이 있어야 효과가 있는데 말이다. 부인들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몇년 간 성생활을 끊었던 사람, 60대들의 불평도 많다. 당장 효과가 없기 때문. 이에 대해 김과장은 "비아그라는 감기약과 같다. 무적의 치료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비아그라 판매에서 나타난 재미있는 현상 하나. 지역 편차가 있다. 강남은 `삶의 질' 차원에서 스스로 찾는다. 강북은 다른 질환을 치료하다 발견, 비뇨기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는 50대, 40대, 60대 순이다.
이들이 비아그라 판매, 홍보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그동안 꽤 변했다. "여자가?" 하는 시선도 많이 걷혔고, 판매도 월평균 8억원에 이를만큼 본궤도에 올랐다.
노부장은 "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이를 창피하게 여기지 말고 당당하게 밝혀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성 관련 약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 `전문가'로 봐 달라"라고 다시 주문한다.
비아그라 핫라인(02-450-7369).
[임정식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