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알수없는 연예가 인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50분
`만약'이란 말이 주는 뉘앙스는 매력적이다.
만약 `투캅스'를 박중훈 대신 예정대로 최민수가 했다면, `왕건'의 왕건 비를 강수연이 했다면, `청춘의 덫'을 이승연과 김민종이 했다면, `쁘아종'을 시나리오에 호감을 보였다는 심은하가 했다면, `박하사탕'을 한석규가 했다면….
왜 이런 얘기를 뜬금없이 하냐하면, 필자가 얼마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소고기를 먹다가, `만약'이란 주제로 한국 연예계까지 식탁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
마침 식당 TV에서는 요즘 한창 인기있는 남성그룹 god가 재민이란 아기를 돌보는 `육아일기'가 방영되고 있었다. 재미있게 이 프로를 보고 있던 필자에게 방송국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저기 지금 나오는 god의 원래 리드보컬이 여자 탤런트 K양이었던 거 알아요?"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애써 당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사연인즉 god를 결성할 당시 매니저는 `남자 4명, 여자 1명'의 멤버 구성을 생각했고, 신인 중에 외모가 출중한 K양을 선발했다.
K양은 멤버들과 노래방과 연습실, 그리고 무용실을 드나들며 강훈련에 돌입했는데, 호흡이 제법 맞아갈 즈음 K양이 중도하차 했다. 무슨 사연이 분명 있겠지만, 당사자들은 `그냥'이란 말만 할뿐, 더이상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K양은 그 뒤 잠시 흔들거렸지만 모델과 탤런트로 방향전환, 지금은 잘 나가는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만약 K양이 god의 리드보컬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지금과 같은 인기가 있었을까. `육아일기'의 `왕엄마' 역할을 과연 호영 군이 하고 있을까? 잠시 고기 타는 줄도 모르고 상념에 빠져 보았다.
사실 이같은 경우는 영화쪽에도 많다. 캐스팅 과정에선 누가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제작에 들어갈 때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 것. 한때는 `대타'로 나가는 게 성공확률이 높다는 징크스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예전같으면 당초 섭외대상자가 다른 배우였다가, 뒤늦게 자신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온 경우, 자존심 때문에 읽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