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석 '든든한 뒷문지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44분
LG로선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거둔 승리의 의미가 남달랐다. 팀의 3연패를 끊는 역전승이었던 데다 최고참 김용수가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 변경한 이후 첫 등판에서 따낸 승리였기 때문.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선발승을 따낸 김용수에게 맞춰졌지만 주목을 받아야할 선수가 또하나 있었다.
입단 4년만에 당당히 2선발을 꿰찼다가 김용수와 자리바꿈해 뒷문단속을 맡은 장문석(26)이 바로 주인공.
백전노장 김용수조차도 경기후 "아무래도 선발이 편하다. 마무리는 실패했을 때의 심적 부담이 크다"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니 그 임무를 고스란히 짊어진 장문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몸이 부서지도록 던져야죠." 번번히 각오를 다지면서도 나갈 상황이 주어지지 않아 불펜에서 헛심만 썼던 장문석도 12일 두산전에서 올시즌 마무리로서의 첫 선을 보였다.
물론 점수차가 많이 나 세이브기록을 챙기지 못했지만 9회말 3타자를 간단히 범타로 처리한 장문석은 성공적인 변신을 예감케하기에 충분했다.
3타자에게 9개의 공을 던져 모두 내야땅볼을 유도. 지난 6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로 나가 7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실 LG 마운드에서 프로통산 최다 세이브(290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김용수 외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마무리투수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일본 주니치를 거쳐 보스턴에서 뛰고 있는 이상훈 정도뿐.
하지만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안정된 경기운영 능력을 지닌 장문석이 김용수의 명성을 잇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두산 진필중, 삼성 임창용, 한화 구대성 등 `특급 마무리' 대열에 장문석이 성공적으로 가세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