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필중 '구원왕 자신있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2시 17분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속은 꽤나 탔던 모양이다.
두산 진필중(28)은 최근 `오버액션'이 부쩍 늘었다. 시범경기와 서울라이벌전에서 보여준 구위가 지난해만은 못했단걸 잘 아는 탓이다. 세이브를 올렸지만 9회에 2연속 안타와 4구를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던 지난 2일 LG와의 서울라이벌전.
"왜 그리 속을 태웠냐"고 하자 "재미 있으라고 일부러 그랬다"며 히죽 웃었다. 지난해 세이브포인트 아시아신기록(52SP)을 세우면서 부쩍 크더니 그새 변죽도 늘었다 싶었다.
그런데 제법 순발력 있는 농담은 변죽이 좋아서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안해지려는 마음을 가리려고 앞장 세운 너스레쪽에 가까웠다. 허리와 허벅지 통증으로 시범경기에서 속 시원하게 공을 뿌리지 못해 정규시즌 개막이 조심스러웠던게다.
5일 해태와의 잠실 개막전 직전 "야, 이거 진짜 긴장되는데요. 사실 지난해만큼 하려면 첫단추를 잘 꿰야 하는데…"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처음이 좋아야 다 좋다는 믿음.
다행히 올시즌 출발은 후련했다. 8회말 2－1로 역전에 성공하자 9회초 곧바로 등판, 삼자범퇴로 뒷문을 꼭꼭 잠갔다.
마지막 타자 장일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자 허공에 주먹을 한번 내지르고는 턱을 빳빳이 들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애써 웃어 보이려는 `오버액션'은 더 이상 없었다.
[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