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블랙홀' 없어졌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2시 14분
한국프로야구의 메카 잠실구장이 달라졌다.
관중석 의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팬 위주의 시설이 확충된건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바깥'이 아니라 `속'이다.
잠실에서 시범경기를 치르고 난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눈은 지난해 그 운동장이라고 말하는데 발바닥은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아스팔트 같던 바닥은 말랑말랑해졌고, 곳곳에 숭숭 뚫려있던 `부스럼 자국'엔 잔디가 뽀송뽀송 메워져 있다.
더 놀라운건 악명 높았던 내야의 `블랙홀'이 없어졌다는 사실. 내야 사철잔디와 맨땅이 만나는 곳에 있던 높이 약 10㎝의 턱은 프로야구 내야수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평범한 내야땅볼이 갑자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안타가 되는 장면이 유독 잠실구장에서 자주 보인 것도 턱에 바운드된 공이 굴절되면서 비롯된 현상. 두산 유격수 김민호는 "불규칙바운드보다 더 무서운게 머리위에 뜬 공이었다. 하늘만 쳐다보면서 낙구지점을 찾다가 턱을 만나면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처럼 가슴이 철렁했었다"며 `다림질'한 그라운드를 칭찬한다.
또 한군데 외야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던 1,2루간의 내야 그라운드도 수평을 딱 잡아놔 번트 타구가 흐르는 일이 없게 됐다.
잠실구장 그라운드가 달라진건 올해부터 운동장 관리를 민간업체인 (주)동현엔지니어링이 맡으면서 내야를 싹 갈아엎었기 때문. 지난 수년간 잠실구장은 군데군데 흙으로 땜질만 했을뿐 전면 복토작업은 하지 않아 몇게임만 지나고 나면 똑같은 문제점이 되풀이 됐었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