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의 영혼을 앗아갔나 영화 `노마진 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2일 16시 27분
누가 마릴린 먼로를 죽였는가?
케네디 대통령과의 염문설 이후 그녀의 죽음을 두고, 자살설, 암살설, 음모론이 파다했지만 팀 파이웰 감독의 영화 `노마진 앤 마릴린'에 따르면, 그녀의 직접적인 사인은 상습적인 약물복용이다.
`노마진 앤 마릴린'은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이라는 딱지가 따라다니는 마릴린 먼로(1926∼1962년)의 파란만장했던 짧은 인생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이 전기영화는 두명의 배우가 한사람의 인물을 연기하는 참신한 방법으로 마릴린의 참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애썼다.
소재의 흥미로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관점'이다. 격정적이다가 차분한 리듬을 타는 이 영화는 인물의 외형만을 번지르르하게 나열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주인공의 또다른 자아를 등장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먼로와 `페르소나'와의 만남을 지켜보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정신심리학적 상상력은 먼로 개인 뿐만 아니라 욕망의 대열에 서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거울을 대하듯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역할을 함께 수용하게 한다. `노마진 앤 마릴린'은 뒷조사, 스캔들 캐기 식의 영화가 아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진정으로 소중하면서도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 고통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구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대중문화의 논리와 가부장적 사회의 무책임한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
응석을 받아줄 아버지가 없는 것은 그녀의 평생을 외롭게 했다. 또 그녀를 스쳐간 남자들, 아니 그녀가 의지해온 남자들은 먼로의 영혼을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그녀의 응석을 받아준 것은 오직 `약'뿐이었다.
스타 이전의 노마진을 연기한 애슐리 쥬드의 대담한 전라 실연, 마릴린을 연기한 미라 소르비노의 `먼로 워킹'과 `치맛바람 연기'의 사실적인 재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리스토퍼 영의 영화음악은 영화의 시대적인 분위기와 낭만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8일, 서울 시네코아 녹색 등)
[양윤모의 시네마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