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팀내 경쟁 치열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4시 50분
`야생마' 이상훈(29．보스턴)의 마이너리그행은 미국야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좀 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상훈이 처음부터 메이저로 냉큼 뛰어넘어 가기에는 보스턴의 팀내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특히 불펜의 과부하는 심각할 정도였다. 같은 왼손 미들맨 렐 코미어르는 지난해 부상으로 한해를 쉬었지만 7경기에서 `방어율 0'을 기록할 정도로 쌩쌩했고, 올겨울 이적한 우완 브라이스 플로리는 고비마다 인상적인 호투를 거듭하며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또 제5선발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되던 브라이언 로즈와 후앙 페냐는 방어율이 각각 2.51과 1.32를 기록할 정도로 돌풍을 몰고 왔다. 보스턴은 이 둘중 하나만 메이저에 남길 예정이었지만, 최근 왼손인 제4선발 제프 파세로를 불펜으로 옮기고 로즈와 페냐를 모두 빅리그에 승격시킬 계획을 하고 있어 그만큼 한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좌완인 파세로의 불펜 전환 검토는 이상훈의 마이너행 결정을 결정적으로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으로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좀 더 자신감있는 피칭을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지난 28일 토론토전에서 왼손타자 3명에게 안타와 4구로 모두 진루를 허용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또한 이상훈은 27일 필라델피아전과 28일 토론토전에서 연속으로 왼손타자를 맞아 도망가는 피칭을 하며 밀어내기 4구를 허용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상훈에게 기회는 많다. 최고 3년간 100억원의 돈을 투자한 보스턴으로서는 약간의 적응만 됐다고 판단이 들면, 곧바로 메이저로 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