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전유성 택시승차 에피소드
기사입력 2000년 03월 28일 13시 52분
우리나라 개그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전유성. 오늘은 그의 몇몇 어록(?)을 소개할까 한다. 특유의 말투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전유성의 농담은 저마다 한 가락씩 한다는 다른 개그맨들조차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의 한마디는 웃음 이상의 페이소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평소 책을 가까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유성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 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8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한 번은 모 기자와 그의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기자가 약속시간을 착각해 2시간 정도 늦었던 모양이다. 당시에는 핸드폰이나 호출기도 없던 시절. 2시간이 지나 기자가 그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때까지도 그는 전봇대에 몸을 기댄 채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가 늦은 것에 대해 사과하자 그는 "잠깐만, 이제 몇 장만 더 읽으면 되거든"이라면서 전봇대에서 몸을 떼지 않은 상태로 책을 끝까지 읽었다고 한다.
방송가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택시 합승과 관련된 것이다. 전유성이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가 합승에 합승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제일 먼저 차에 오른 전유성에게는 양해의 말 한마디 없이 합승을 계속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전유성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채 화를 꾹 참았다. 그리고 마침내 방송국에 도착하자 미터기의 요금은 보지 않은 채 택시 운전사에게 토큰 하나를 주었다. 운전사가 화를 내자 전유성이 특유의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디 이게 택시냐? 들를 곳 다 들리고 태울 손님 다 태운 버스지…."
다음은 심형래의 영화 사업과 얽힌 이야기다. '용가리' 이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은 영화제작자로 떠올랐지만 초창기에는 1억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아동용 비디오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그는 동료 개그맨들과의 친분을 악용(?)해 그들을 출연시키곤 했는데 한 번은 "이번 영화 제작비는 2억원이나 들었다"며 자랑을 했다.
"2억원이 들었다"는 심형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전유성. 어느날 방송국에서 심형래를 우연히 만나자 "너 정말 2억원이나 썼냐"고 물었다. 심형래가 "내가 선배한테 왜 거짓말을 합니까?"라고 말하자, 전유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영화 찍다가 돈 잃어버렸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개런티를 조금 주고 2억원이나 들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어쨌든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개그맨들이 보기에도 `예술'인데 전유성 어록이 책으로 나오면 예비 개그맨들의 교재로 잘 팔릴 듯 싶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