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0년 왼손투수 숙원 풀리나
기사입력 2000년 03월 27일 13시 56분
10년 숙원이 이뤄질까.
두산 마운드에 왼손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 잠실 LG전은 두산 사람들에게 참 특별한 게임이었다. 이기면 두배로 기분 좋은 `한지붕 라이벌' LG에 먼저 한방을 먹인 것도 신나지만 이 경기엔 그보다 더 뿌듯한 기록이 하나 숨어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왼손 선발승에 왼손 세이브. 김영수(25)와 이혜천(21)이 손뼉을 맞췄다.
지난해 차명주가 7년여만에 왼손 선발승을 거뒀다고 만세 불렀던 팀에서 비록 시범경기일망정 승리와 세이브를 왼손이 한꺼번에 챙겼으니.
김영수는 올시즌 제5선발감이고, 이혜천은 8개구단 최강의 중간계투진을 이끌 강력한 허리다. 둘 다 왼손투수로는 드물게 시속 145㎞를 쉽게 넘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날을 받아 공이 착 깔리기 시작하면 손 댈 타자들이 흔치 않다.
김영수는 이날 최고시속 147㎞의 직구로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97년 데뷔후 공식경기 첫승.
핑핑 날아다니는 공을 꾹 참으면서 밀고 또 밀어준 김인식 감독의 `작품'이었다. 대표적인 좌타군단 LG와 삼성에 맞서기 위해선 김영수가 선발 한축을 맡아줘야 한결 수월해진다.
지난 22일 현대전에서 시속 149㎞를 꽂으며 6타자 연속 탈삼진을 낚았던 이혜천은 공을 놓을 때 힘이 너무 들어가는 단점을 많이 뜯어고쳐 컨트롤이 안정됐다.
왼손투수 얘기가 나왔을 때 두산 관계자들이 자라목이 되는건 이제 옛날 얘기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