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8)

기사입력 2000년 03월 17일 14시 48분


개업식이 끝난뒤 강성수는 윤미혜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 강성수가 윤미혜를 헌팅하기 위해 미리 얻어놓고 묵어온 방이다.

"힘들었지? 음식 장만해 손님 접대하느라 피곤할꺼야."

"저야 늘 하는 일이니까 괜찮지만 그보다 강회장님이 힘드셨지요."

"나야 괜찮소. 내 이래봬도 스포츠맨 출신이라구. 아직도 힘이 젊은 사람 못지 않아요."

그러면서 윤미혜를 끌어다 침대에 눕히고 어깨를 주물러줬다. 팔도, 다리도 주물러줬다. 윤미혜는 "됐어요" "그만" "아이 간지러워요"하면서 깔깔댔다.

강성수는 윤미혜를 돌려눕힌뒤 다리부터 주물러 올라갔다. 윤미혜의 "그만"소리가 계속되자 윤미혜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은 다음 욕실로 데려가 전신을 닦아줬다. 윤미혜도 강성수의 몸을 씻어줬다. 그리고 나와 물기가 밴 몸을 서로 탐닉했다.

다음날부터 강성수는 사무실로 꼬박꼬박 출근했다. 이따금 어디론지 알수 없는 영문 팩시밀리를 보내고 받곤 했다. 윤미혜로서는 강성수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윤미혜가 강성수의 사무실에 들렀을때 강성수는 또다시 돈을 요구했다.

"연구팀이 곧 온다는구먼. 실험기구를 가지고 오려면 수입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게 좀 복잡하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요?"

강성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윤미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국내에서 사야지. 국내에도 좋은 물건이 많거든. 그런데 돈이 문제지."

"얼마나 있으면 돼죠?"

"또 윤여사 신세를 질 수야 있나."

"뭐 결혼할건데 그게 문제예요."

"하긴 그렇지. 우리 직원이 오면 모두 갚아줄께."

"얼마나 필요하세요? 너무 많으면 저도 힘들어요."

"많지는 않아. 한 3000만원만 있으면 돼."

"제가 해 드릴께요."

강성수는 윤미혜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마워. 내 잊지 않을께"했다.

강성수는 이런 식으로 윤미혜로부터 돈을 야금야금 갈취했다. 그러나 윤미혜는 장차 남편이 될 존경스러운 분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게 오히려 기쁠 뿐이었다.

강성수는 김숙경의 오피스텔도 수시로 찾았다. 뚱뚱한 윤미혜보다 날씬한 몸매의 김숙경이 더 좋았던 것이다. 김숙경은 강성수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돈만 가져가고 사업얘기는 뜸했기 때문이다.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어요?"

"응, 잘 되고 있어."

"우선 연락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며칠전 강남에 사무실을 하나 빌려놓았어."

"어머, 그래요? 그런데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미안해. 실은 정식으로 오픈할때 알려주려고 했거든."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러지 뭐. 내일 당장 가보자구."

강성수는 김숙경을 품에 안았다. 오피스텔에서 잔뒤 다음날 함께 강남 사무실로 갔다.

"아직 직원도 채용하지 않았어. 나만 가끔 나와 전화메시지와 팩시미리를 챙기고 있어."

김숙경은 강성수가 믿음직스러웠다.

강성수는 혹시 윤미혜가 올지 몰라 사업상 급히 가볼 곳이 있다며 김숙경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사업상 지장이 있으니 사무실에는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김숙경은 다음날부터 수시로 드나들며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사무실에 걸고 사무실의 디자인도 보기좋게 바꿔줬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어느날 사무실을 찾아온 윤미혜와 김숙경이 마주친 것.

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성수와 상대를 번갈아가며 둘러보았다. 윤미혜는 왠 낯선 여자가 들어와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는게 수상했다.

"누구죠?"

강성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