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의 연극세상 '예매문화의 새로운 방향'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6시 48분
공연이야말로 철저한 서비스업이다. 공연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작품성과 더불어 고객만족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강구해야 한다. 공연문화는 작품의 수준향상 및 편수의 증가와 더불어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이것은 관객들의 관람방법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은 공연유통과정의 문제중 하나인데, 사실 구매과정에서 관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요즘 공연들은 대부분 전화예약에 많이 의존한다. 명성황후만 해도 90% 이상이 전화예매이며, 공연전 예약율이 횟수를 거듭할 수록 점차 증가하고 있다.
내가 실험극장에서 연극작업을 할 당시만 해도 현매가 대부분이었으며 공연 티켓을 일일이 번호를 매겨가며 밤새 좌석표를 만드는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고객들도 한 예매처에서 다양한 좌석의 티켓을 구매할 수 없었고,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는 예매처로 인해 기획자는 티켓판매상황을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오늘날 급속히 예매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 덕분이다. 이런 컴퓨터를 응용한 첨단기술은 무대 자체도 변화시키고 있다. 1초에서 3초 간격으로 변화하는 TV나 영화화면에 익숙한 현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첨단테크닉과 현장공연예술의 묘미를 적절히 배합하여 TV에 뒤지지않는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공연예술의 첨단화는 무대에 헬리콥터와 배를 띄우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컴퓨터의 등장은 무대 및 극장 스태프의 업무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조명이나 음향 큐시트를 컴퓨터에 자동으로 메모리하여 사용할 수 있어 좀더 다양하고 화려한 무대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적 발전의 결과는 오늘날 화려한 뮤지컬장르를 탄생시켰다.
국내 예매문화가 많이 정착됐음에도 아직까지 여러 서툰 예약문화의 모습들은 접할 수 있다.
공연을 진행하다보면 예매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웃지못할 일들을 겪게 된다. 우선 카드예약이 실행되기 전에 은행에 입급하는 형태의 예매를 선택한 관객들중 예약자와 입금자의 이름을 잘못 기입한다는지, 혹은 금액이 티켓가격과 맞지 않는 관객들 그리고 자신이 예매한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지 못해 극장 매표소 앞에서 방황하는 관객들도 왕왕 있었다.
외국의 경우는 일반 우편으로 티켓을 우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우편 유통에 대해 아직 신뢰하지 않는 관객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 편이다.
앞으로는 집에서 인터넷에 들어가 자신이 직접 좌석배치도를 놓고 자리를 배정하여 예매하는 시스템이 곧 생기리라 본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연극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