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호랑이-표범 살고 있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15시 42분
최근 몇년간 생존가능성이 제기돼온 한국 야생호랑이와 표범이 남한 지역에 생존해있다는 분석이 세계적 권위의 야생동물 전문가에 의해 9일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장 임순남씨(43) 초대로 지난달 27일 내한, 10일간 강원도 화천 등 백두대간을 조사한 블라디미르 크로글로브(60) 시베리아 동물보호센터소장은 "화천에서 호랑이와 표범의 발자국과 배설물 등을 확인했다"면서 "한국엔 호랑이, 표범이 생존한다"고 확언했다.
크로글로브 소장은 26세에 호랑이를 맨손으로 생포한 것을 비롯해 34년간 호랑이 42마리를 생포한 호랑이 및 야생동물 전문가로 한국방문은 98년 이후 3번째.
그는 "지난해에도 동해시 삼흥동에서 표범발자국을 확인했지만, 직접 내손과 눈으로 호랑이 발자국까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12일 러시아로 돌아가면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한국 호랑이와 표범의 생존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소장과 함께 지난 1일 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해산에서 발뒤꼴(Power Pad) 너비가 12cm의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고, 이와 함께 평화의 댐 인근에서 너비 5cm의 표범 발자국과 토끼 이와 멧돼지 털이 들어간 표범의 배설물, 표범의 영역 표시 자국 등을 찾아냈다는 것.
그는 발자국으로 보아 호랑이는 열살을 넘긴 200kg 이상 가는 덩치 큰 숫컷 호랑이로, 표범은 35kg쯤 되는 약5살의 숫컷으로 추정. 표범의 배설물에서는 토끼 이빨조각과 멧돼지 털이 나왔다고.
또 "2∼4월은 호랑이, 표범의 짝짓기 계절이어서 이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크로글로브소장은 "조사지역 일대는 호랑이의 먹이인 멧돼지, 노루, 오소리, 너구리, 산토끼, 담비 등도 모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도토리나무, 참나무가 많고 산악지대가 넓어 짐승들이 살기에 참 좋은 환경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본디 호랑이는 아주 조심성이 많고 사람이나 소음이 없는 무공해 자연 속에서 살기에 비무장지대에서 주로 서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지만 섭섭했습니다. 호랑이의 생존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인데, 정부가 나서지 않다니요. 하루빨리 정부지원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호랑이 표범 등을 조사연구하길 촉구합니다."
비록 소극적이지만 환경부장관도 호랑이와 표범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 뉴욕대 이승호박사(DMZ포럼 전문가)가 "한국 야생호랑이와 표범 생존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난 수십년간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멸종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민간차원의 서식실태 조사 추진에 대해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2월 8일자)고 환경부홈페이지(www.me.go.kr)에서 답변했다.
4년전부터 사재를 털어 호랑이 조사를 해온 임순남소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 미국 포드자동차가 에델만코리아사를 통해 1만2000달러(약1400만원)와 익스플로러 4륜구동차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www.koreantiger.com
[이화순 기자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