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눈물의 후쿠오카행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23시 33분
주니치 이종범(30)은 떠나는 선동열(37)을 지켜보지 못했다.
29년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대선배에게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축하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광주일고, 해태를 거쳐 주니치까지 따라다녔던 끈끈한 선후배 간의 인연. 마지막 순간에 몰려든 쓸쓸함은 컸다.
나고야돔에서 선동열의 은퇴식이 열리던 9일. 이종범은 오전 일찍 2군 훈련장인 나고야구장으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이방인들의 함성이 나고야돔에 쩌렁쩌렁 울리며 은퇴식이 절정에 오르는 순간, 이종범은 나고야공항으로 향했다. 10일부터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다이에와의 교육리그(2군 시범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탑승 시간이 남아 잠깐 들른 공항 커피숍. 가슴의 응어리를 남겨둔채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던듯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다이얼을 눌러댔다. 마지막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나올때까지 축하의 메시지를 전할 수가 없었다.
"동열이 형이 오늘 어디서 저녁을 먹나요. 전화로라도 인사를 해야 할 텐데요."
벅차오르는 감회를 참기 힘들었던듯 눈물을 글썽이며 마운드를 내려온 선동열. "그 자식은 꼭 이럴때 없나요…." 또다시 목이 메이고 말았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