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전여옥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5시 26분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이 비오는 날이면 가슴을 촉촉하게 만들 듯 `첫 번째 직업'은 내게 많은 추억거리를 준다. 무엇보다도 처음에 너무나 일이 재미있었다. 방송기자로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일이 재미있어서 한마디로 까무라쳤다. 그래서 남들이 싫어하는 밤스케줄도 자원했고 일요일 취재가 있는 주면 `운이 좋은 주'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주위사람은 나를 좀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얼마전에 꼭 `과거의(?)' 나같은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아주 유명한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한 자산운용기관의 사장이었다. 정말로 20초만 이야기를 나누면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두뇌회전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넘어가게 하는 유머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10여년 넘게 외국계 증권사의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연평균 31%의 놀라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일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공인회계사로 일하게 되었을 때 꼼꼼하고 치밀함을 요구하는 일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는 주식시장과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다니 하고 흥분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기간인 만큼 그 시장에는 삶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왜 있지 않는가? 우리가 재래시장에 갔을 때의 그 시장의 에너지-사고팔아를 있는 힘을 다해서 외치고 한편에선 흥정이 이뤄지는 숨가쁜 대화가 이뤄지는 그곳에 갔을 때 우리는 축처졌던 삶에 다시 기름을 넣고 했잖은가- 그는 바로 주식시장에서 그 힘을 느꼈고 이렇게 신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정말 좋겠구나 해서 그 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처럼(그와 나는 같은 나이 이니까 같은 때 일에 미쳤던 듯 하다)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 너무나 싫었고 명절 때도 심심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서 기적같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그는 주식투자는 두뇌게임인 만큼 인간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좋은 주식투자방법을 물었다. 그는 말했다. 첫째, 공부해라(주식투자는 경제와 운명을 같이 하므로) 둘째, 자기주관으로 판단하라(어정쩡한 귀동냥에 의한 투자판단엄금) 세째, 부동산투자처럼 길게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라 넷째. 자신감(학습능력)에 정비례해서 투자하라.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라는 일 자체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마치 일류의사가 환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듯이….
[방송인 satuki＠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