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ML테스트 받을까…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4시 01분
"메이저리그에서 테스트를 받아볼까 등 하루에도 생각이 수없이 바뀐다."
지난 6일 2군행이 공식으로 결정된 주니치 이종범(30)의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4∼5월까지는 마음을 비우고 웨스턴리그(2군 경기)에 전념하겠다. 1군에 복귀할 수 있는 찬스가 생기기 않겠는가"라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불쑥불쑥 솟구치는 오기마저 잠재우기는 힘든 모양이다.
"현재 컨디션으로 개막을 맞는다면 3할4푼은 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의 타격감을 회복, 지난해와는 달리 부쩍 자신감이 차올라 때이른 결정에 대한 허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상처의 골이 깊지만 이종범은 대스타 출신답게 자신이 놓인 현실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테스트' 얘기를 불쑥 꺼내며 울분을 토해내다가도 "내 할일만 확실하게 한뒤 목소리를 내겠다"고 금방 현실속으로 돌아온다. 무대가 좁지만 웨스턴리그에서 보란듯이 날개짓을 해 한풀이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간접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마음의 갈등을 속으로 삭이면서 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
이종범은 7일 나고야돔에서의 마지막 1군 훈련에 참가한뒤 라커에 들어가 자신의 짐을 모두 챙겼다. 대형 가방으로 4개.
이종범은 "일본에 와서 이런 시련을 겪는다는게 오히려 멀리 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며 2군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쿄＝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