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조영남 '푼수 알고 정치 나서라'
기사입력 2000년 03월 03일 15시 53분
선거철이 되면 별별 소리가 다 들린다. 얼굴이 좀 팔렸기 때문이다.
"조영남씨 어디서 연락 온데 없어요?"
"충청도 삽다리에서 출마하신다면서요?"
"이젠 의원뺏지 하나쯤 달 때가 아닌가요?"
대충 이런 얘기들이다.
이런 때마다 나는 거의 똑같은 내용의 답변으로 얘기가 길어지는 걸 초장에 막아 버린다.
"아! 저는 도덕적으로 하자가 많기 때문에 공천이 건 낙천이 건 다 안됩니다. 해당사항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건 내가 건방을 떨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내 스스로 도덕적 하자 운운 하는 것은 어쩌면 농담 비슷한 소리 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나는 내 스스로 진짜 도덕적 하자가 있다고 믿어서 하는 소리다. 나는 내 푼수를 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어제 저녁(3월 1일 얘긴데 내 글이 토요일 신문에 실리니 괜찮을 듯 싶다) 참으로 우연히 임백천군이 출마권유를 받는 자리에 동석했었다.
이미지가 깨끗하고, 가정문제가 깨끗하고, 무엇보다도 유권자한테 잘 알려진 인물이라 출마권유를 받은 것이었다.
나는 바로 임백천 옆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출마를 권하는 정치인은 끝내 나 조영남한테는 출마를 권하지 않았다. 내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하늘에 맹세코 성경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한점 서운하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나는 임백천과는 다르다. 거듭 말하지만 이미지도 가정문제도 깨끗하질 않기 때문이다.
임백천의 반응은 매우 정중했다. 그것은 일종의 정치력이었다.
"고맙습니다. 심각하게 고려를 해보겠습니다."
그러다가 요새는 능력있는 여성 정치지망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내가 강경한 어조로 나섰다.
"임백천도 좋지만 사실은 그의 어부인 김연주 씨가 더 능력있습니다. 김연주를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쯤되면 남편되는 임백천이가 한마디 정도는 거들었어야 한다.
"아이구 형님! 제 색씨한테 무슨 그런 능력이 있다구 그러십니까?"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임백천은 내 얘기에 오히려 수긍을 하는 쪽이었다. 좀 모지란(모자란의 충청도 사투리)놈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김연주의 능력을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서울 강남에 있는 영동여고의 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 미루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내일 안으로 김연주한테 전화해서 가타부타 물어봐야 한다. 그게 내가 맡은 임무였다.
"연주야, 너 정치계로 한번 뛰지 않으련?"
그런데 뻔하다.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조과장님! 어디 아프세요?"
한국의 정치판이라는 데가 아수라장 개판이라는 걸, 그래서 껴들만한 판이 아닌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P.S: 김연주가 왜 나를 조과장으로 부르는지는 다음주에 알려드리겠다. 만일 김연주가 정치판에 들어간다면 그건 순전히 나의 노고때문이다.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