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불펜 접근금지령 해제 '하프피칭' 돌입
기사입력 2000년 02월 28일 14시 00분
삼성 이강철(34)의 족쇄가 풀렸다. 불펜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말라고 경고했던 계형철 투수코치로부터 최근 하프피칭을 허락받았다. 하프피칭은 포수가 서서 공을 받는 훈련법으로 정식 피칭의 앞단계.
이강철은 미국에 도착한 뒤 임창용과 함께 `왕따'를 당했다. 후배들이 피칭훈련을 하는 동안엔 투수끼리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이 고작이었다. 수술 후유증을 염려한 코칭스태프의 배려였다.
이강철은 지난해 이맘때 오른쪽 무릎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로 한번도 공을 잡지 못한채 재활에 매달렸다. 삼성이 지난해말 해태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이강철을 계약기간 3년에 8억원을 들여 스카우트했지만 아직까지 무릎이 완전하지는 않다.
자신을 영입한 삼성의 선택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이강철로선 초조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계코치는 시즌 초반 마운드 운영이 넉넉하다고 판단, 무리한 피칭을 만류했다.
꼭 1년만에 손맛을 맛보는 이강철도 지지 않았다. 지난 89년 입단 이후 10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를 따낸 빛나는 관록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 계코치의 눈을 피해 힘껏 공을 뿌리기도 했다. 이쯤되면 계코치도 두손을 들 수밖에.
이강철은 일단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점차 피칭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마운드에 서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다는 걸 처음 느꼈다. 개막전까지 컨디션을 회복시켜 꼭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지금으로선 이강철의 개막전 등판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국내 최고의 핵잠수함이 발진채비를 갖춘 사실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국제전화 권정식 기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