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승호 '중간광고 토론 방송사 아전인수'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54분
인기 드라마 `진실'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 질질 짜던 최지우가 깔깔대며 청바지 입고 CF 속에서 툭 튀어나온다면? 김이 팍 샐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TV 중간광고 도입계획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24일 방송법시행령안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규정을 담은 부분을 삭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필귀정. 시청자,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린 감도 있지만 어쨌거나 잘 내린 결정이다.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프로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송의 상업화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준 모양이다.
그런데, 결론이 나온 마당이니 반갑긴 한데 한가지 짚고 넘어갈게 있다. 이해당사자인 방송사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보도행태에 관한 것이다.
1월28일의 SBS 보도.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중간광고' `양질의 프로를 제작하게 되는 효과기대' 등의 편파보도 남발.
2월3일의 MBC 보도. `광고주들은 이를 환영' `억지로 막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에 위배' 등의 불공정 보도 남발.
두 방송사가 붙인 제목마저 어쩌면 그렇게 한자도 안틀리고 `중간광고 허용'이었을까. 이심전심.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던 광고학회와 시청자단체는 마침내 2월11일 각각 중간광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MBC와 SBS는 광고학회가 주최한 토론내용중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보도. 시청자단체에서 주최한 토론내용은 비보도. 이 비보도에는 KBS도 동참. 이심전심.
당일 한 리포터는 마침내 `오버'하고 말았다.
`시청자 단체와 광고학회 등이 성명서 등을 통해 주장하는 프로그램의 질 저하에 대한 의견은 시청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PS:`수준낮은 시청자'들은 10명중 6명. 언론개혁시민연대가 한길리서치에 의뢰,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3.1%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