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일 게이머들 인터넷 통해 치열한 공방전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44분
한일 양국간의 게이머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존심을 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말 출시돼 최근 인기가 급상승중인 1인칭 액션게임 언리얼 토너먼트(이하 언리얼)의 한일전이 인터넷을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
언리얼 한일전의 발단은 이렇다.
언리얼은 스타크래프트 처럼 별도의 서버를 두고 다자간 게임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PC를 이용, 서버를 만들 수 있게끔 제작된 게임.
따라서 인터넷에는 수천개의 언리얼 서버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서버가 게이머 자신이 사용중인 PC를 서버로 지정한 까닭에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때문에 언리얼의 국내 유통사 삼성전자측에선 지난 1월부터 T1급 회선에 전용 서버를 설치, 사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쯤부터 일본 게이머들이 삼성이 설치한 `삼성 민호' 서버에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권에서 서버 상태가 가장 좋은 편인 민호 서버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조건 상대방을 많이 쓰러뜨리는 것이 과제인 데스매치 모드로 설정된 민호 서버에 들어온 일본 게이머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 게이머들을 철저히 농락하기 시작했다.
혼다, 히로 등 일본색이 짙은 아이디로 민호 서버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이다.
국내에선 언리얼이 아직 인기를 끌지 못한 상태에다 고수도 적었던 만큼 처음부터 일본 고수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국내 게이머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이 이달초까지도 계속됐던 것.
처음엔 `설마 일본인일까' 싶었지만 채팅 결과 아예 일본어(언리얼은 일본어 버전이 별도 제작됐다)가 뜨고 `빠가'라는 욕까지 날아오자 그때서야 국내 게이머들의 오기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게임의 초강국 코리아를 얕보지 마라"며 한국 게이머들이 고수를 불러모아 조직적으로 일본 게이머들과 대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얼마전부턴 일방적으로 밀리던 게임의 양상도 밀고 밀리는 팽팽한 접전으로 바뀌게 됐다.
24시간 가동되는 민호서버에서 얼마나 많은 한일전이 벌어졌는지 민호서버가 지난주부턴 전세계 3000여개의 언리얼 서버중 가장 사용량이 많은 서버로 인터넷(http://ut.ngworldstats.com/)에 집계됐을 정도.
민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한 게이머는 "일본 게이머들을 따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임태주 기자 spark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