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플리'] 탐욕에 눈먼 인간상 그린 스릴러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44분
똑똑한 할리우드 신성 맷 데이먼이 사악한 리플리를 연기한 `리플리(The Talented Mr. Repley)는 감미롭고 유혹적인 영화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오스카를 거머쥔 기네스 팰트로우, `엘리자베스'로 그녀와 접전을 벌였던 케이트 블랑쉬, `가타카'의 쥬드 로, 그리고 맷 데이먼 등 스타들의 눈부신 연기대결이 긴장감을 보태면서 영화는 더욱 은밀하고 야릇해진다.
탁월한 피아노 솜씨를 자랑하는 리플리는 가난한 청년. 어느날 선박재벌로부터 아들 리키(쥬드 로)를 미국으로 데려오라는 1000달러의 제의를 받고, 미국을 떠나 이탈리아로 간다.
"서명을 위조하고, 거짓말을 하고, 사람 흉내내기를 곧잘 한다"며 디키에게 접근하는 리플리. 이 대사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자신의 목적을 내비친 대담성으로 극의 긴장선을 한껏 비틀어쥐는 출발점이다.
영화는 리플리가 디키의 모든 경제적 조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고난 부유와 타고난 가난의 대결국면에서, 타인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공짜란 없는 법이다. 말로는 친구지만, 은연중에 드러나는 열등감과 모멸감으로 독이 오르고, 리플리의 살의가 실행에 옮겨진다.
자기를 포기하고, 타인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흔히 치르는 `자기 죽이기' 또는 `자기 부정'을 `리플리 현상'이라고 한다. 그런 삶은 한때 `모든 게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자기혐오에 빠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다.
`리플리'는 지난해 미국에서 나온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가브리엘 야레의 영화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클래식과 재즈의 정서적 대결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적 충돌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음악적 기법은 아름다운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 속에 깃든 비극적인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은 1955년에 쓰여졌고, 첫번째로 영화화된 건 알랭 들롱 주연,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년)였다.(4일, 서울 명보 허리우드 중앙 대한 씨티 강변CGV11 등)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