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군소령' 박창수 (6)
기사입력 2000년 02월 25일 13시 47분
"박창수에게 당한 여성들은 모두 고학력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여성들이 고교 중퇴자인 박창수에게 당한 것은 핸섬한 외모에 어려운 영어단어까지 섞어가며 달변을 늘어놓는데 홀딱 넘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수법도 기발했고요."
임형사에 따르면 박창수는 원하는 스타일의 여성을 마음대로 선택해 농락했다.
"순수한 여성을 헌팅할때는 교회나 사회봉사단체 같은 곳을 찾아갔고 섹시한 여성을 헌팅할때는 나이트클럽이나 고급카페를 찾아갔지요.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서 만난 여성 가운데엔 만난 당일 저녁 `골인'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들의 정조관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창수는 이들을 유혹할때 미군 특수부대 장교라는 신분을 믿도록 하기 위해 신분증을 보여주고 메모지를 꺼내는척 하면서 007백 안의 계급장이 달린 군복과 가짜 권총도 보여줬다.
"박창수는 새로운 여자를 헌팅할때는 종전에 농락한 여자에게서 빼앗은 신용카드를 펑펑 긁어 댔지요. 고급호텔을 들락거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미국 부자집 아들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들로부터 신용카드를 뺏은 수법도 기발했다.
"`미 대사관 영어회화 프로그램에 등록시켜준다'거나 `미군부대 출입증을 만들어 줄테니 자주 놀러와라'며 `그러려면 신분확인을 위해 신용카드가 필요하다'고 속였지요. 순진한 여자들은 몸을 주고 신용카드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비밀번호까지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박창수는 경찰에서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살자고 했더니 안 넘어가는 여자 없더라"고 진술했다. 그래서 그는 불과 2개월 동안에 마음대로 여자를 헌팅, 흥청망청 즐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임형사는 "쉽게 손에 잡히는 행운은 없다. 이를 무시하고 지름길을 택하려는 어리석음 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아무리 바라던 꿈이나 돈이 굴러오더라도 한번쯤은 세밀하게 살펴보고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범죄는 반드시 꼬리가 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며 "그러나 범죄가 성공하기 전에 스스로가 예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수는 경찰에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새롭게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출소하면 꽃과 나무를 가꾸며 순수하게 살기 위해 원예사 자격증도 따 놓았다"고 진술했다.
출소하면 바르게 살아보려고 교도소에서 영어공부와 함께 원예사 공부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출소하고 나니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전과자라고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중소기업체에 취직을 했는데 그나마도 전과자라는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한달만에 쫓겨났습니다. 당장 살길이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박창수는 경찰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후회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현재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 복역중이다.
임형사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때의 실수로 죄를 범하고 교도소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참회하며 미래를 꿈꿉니다. 출소하면 거듭 태어난 기분으로 사회에 적응하려고 적성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지요.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 보면 냉대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과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전과자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사람으로 간주, 사회밖으로 내치려 듭니다."
그래서 전과자들이 사기나 절도 등 `전직'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는게 임형사의 말이다.
[이번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