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신비가 꿈들대는 지구촌 불가사의 '인도차이나'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4시 11분
`타임 머신'을 타고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찾아나서는 스포츠조선의 `밀레니엄 문명 탐방' 첫번째 코스는 개방의 물결과 오지의 순수가 동시에 꿈틀대는 인도차이나로 정했다.
400여년 동안 밀림에 숨겨져 있었던 앙코르의 신비, 가장 급진적이고 잔혹했던 크메르 루즈가 저질렀던 킬링 필드의 참극, 소용돌이쳤던 20세기 이념 전쟁을 지켜보면서 유유히 흘러왔던 메콩 삼각주…. 열대 밀림과 우리의 195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소박한 풍물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인도차이나 문명 탐방' 코스를 답사했다.
▶▶첫째날, 호치민시
사이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베트남 호치민시의 탄손누트공항 입국장은 자정이 넘었는데도 인파로 붐볐다.
서울에서 저녁 8시 20분에 출발한 호치민행 여객기에서 내린 다국적 관광객들과 비지니스 맨, 고향을 찾는 베트남 사람들은 후끈한 열기속에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에서 `스포츠조선 문명탐방'팀이 이용할 호텔이 있는 중심가까지는 택시로 30분이 걸렸다.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한밤의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들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의 명물인 씨클로(자전거식 인력거)
▶▶둘째날, 톤레샵호수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로 가는 길이 한결 편리해졌다.
종전엔 태국의 방콕이나 캄보디아의 프놈펜을 거쳐 앙코르 유적지가 있는 시엠립으로 우회해야 했으나, 지난 16일부터 호치민－시엠립간 직항노선이 개설됐기 때문에 시간과 거리가 짧아진 것이다.
오전 11시 30분 호치민시를 떠난 베트남항공 프로펠러 여객기는 메콩강을 따라 북쪽으로 날아가 캄보디아 시엠립국제공항에 날개를 내렸다.
비행 시간 40분 동안 시대는 또 20년을 거슬러올라가 1950∼60년대의 `정든 풍경'들이 펼쳐졌다.
모든 게 `수(手)작업'으로 진행되는 입출국 수속, 쭉뻗은 신작로를 여유자적 누비는 흰소가 끄는 짐차, 심심찮게 눈에 보이는 야자수들과 구멍가게들.
그러나 우리의 경주나 부여같은 역사유적지인 시엠립은 관광 산업만은 유난히 발전해 에어콘이 씽씽들어오는 좋은 호텔들이 많았다.
오후 일정은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는 톤레샵호수에 있는 수상 타운을 둘러보는 것.
시엠립 중심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거리론 20㎞다) 톤레샵 호숫가의 나룻터는 4∼20인승 카누보트를 타려는 동서양 관광객들로 왁짜지끌했다.
단체 개인 구분없이 1인당 5달러씩을 낸 다음 카누보트를 타고 수로를 훑어나갔다.
물가에다 배를 묶어놓고 배안에서 생활하는 원주민들의 삶은 색달랐다. 물고기 양식은 물론 돼지우리까지 갖고 있는 배들도 있었다. 학교도 주유소도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도 모두 배위에 떠 있었다. 특히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삼삼오오 카누를 저어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과 코브라를 갖고 노는 계집아이가 인상적이었다.
톤레샵 호수와 이어진 수로의 끝에는 베트남 `보트 피플'들도 살고 있었다. 톤레샵 호수는 바다처럼 탁 트였다. 프놈펜시까지 이어진 이 호수의 길이는 100㎞, 수평선은 끝이 없었다.
▶▶세째날, 앙코르유적지
앙코르 유적지엔 왜 `불가사의'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이 거대한 유적지가 어떻게 400여년 동안 밀림속에 폐허처럼 묻혀 있었을까?
1인당 20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앙코르유적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인공 해자속에 둘러싸인 앙코르 와트가 나온다.
3개의 파고다가 우뚝 서 있는 앙코르 와트는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망도 좋다.
때마침 이곳엔 노란 가사를 입은 캄보디아 승려들이 모여 고행을 하고 있었다.
1862년 이곳을 찾아왔던 프랑스 해군중장은 `파고다의 꼭대기에서 광대무변하게 펼쳐진 비옥한 들판을 내려다보았다'고 감탄했으나, 요즘은 사원 주위로 숲이 우거져 밀림만 펼쳐져 있었다.
앙코르 와트의 감격은 기기묘묘한 앙코르 톰, `황성옛터'가 돼버린 왕궁,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영화에 나오는 신비의 사원같은 타프롬을 둘러보는 동안 더욱 깊어갔다.
특히 특히 거대한 명주솔나무가 뿌리로 휘감아 사원을 부숴놓은 장면과 도굴되거나 파괴당한 불상과 유적들은 기묘하기까지 했다.
10세기부터 15세기까지, 500여년 동안 동남아 최대의 제국으로 번창했던 크메르제국의 옛 수도였던 앙코르의 유적들은 방문객들을 3번이나 감탄시킨다.
관광객들은 첫째 웅장함에 혀를 내두른다. 지구촌 어디에선들 이같은 석조사원들을 구경할 수가 없다. 둘째는 스케일을 능가하는 섬세함에 손뼉을 친다. 인도의 전통적 우주론에 입각해 세워진 건축물의 벽에는 신들의 도시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세번째 놀라움은 미스테리다. 그 숱한 전쟁속에서도 폐허가 되지 않고 구조물이 남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이 거대한 숲을 이뤄 이 문화유산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네째날, 프놈펜 킬링필드
중세의 역사가 묻어있는 시엠립을 떠나 20세기 최대의 참극이 빚어졌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킬링 필드.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가 저질렀던 동족 학살극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잔혹하고 집요했다.
프놈펜 시내에 있는 폴포트 시절의 감옥소는 갖가지 고문 전시장 같았다.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고문 기계와 생생한 사진들이 당시 700만명의 인구중 30%에 가까운 200여만명이 살해당했다는 `킬링필드'의 참극을 되살려주었다.
톱니 쇠바늘이 머리를 뚫는 고문도구 앞에서 눈물짓는 귀부인, 어린 아이들을 나무에 패대기쳐 죽이는 사진들은 `존재의 이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교도소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킬링 필드'에도 크메르 루즈의 만행이 그대로 남아있다. 총알이 아까워 칼로 찌르고 생매장했다는 구덩이 주변엔 아직도 죄수(?)들의 옷에서 찢긴 천조각과 나무의 핏자국, 유골들이 섬@하게 남아 있다.
▶▶다섯째날, 메콩 델타
`남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 메콩 삼각주에 가면 베트남을 섬이라고 잘못 표현한 우스꽝스런 옛 유행가 가사가 실감난다.
호치민시에서 차로 1시간 30분쯤 걸리는 티엔 장이란 마을에서 출발하는 메콩강 삼각주 카누 답사는 메콩강 섬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야자수가 우거진 좁은 수로를 누비며 과일농장과 코코넛 농장도 견학한다.
코끼리고기라는 이름의 민물고기 튀김에도 우리 찰떡과 비슷한 별미들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호치민 시내로 돌아와 마지막 여정을 챙겨야 한다.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끝없는 행렬. 매캐한 냄새와 소란스러운 무질서. 활기로 가득찬 호치민의 아침은 사회주의국가면서도 외부에 문을 활짝 열어놓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호치민 중심가는 옛 프랑스 식민지시절에 도시 계획이 이뤄져 길이 시원하게 뚫려있고, 도시 계획도 잘 돼 있다.
시청 노트르담성당 중앙우체국 문화회관(옛 오페라극장) 등 프랑스 식민지시절에 세워졌던 우아한 건물들과 푸옥하이투 작람 같은 중국식 사원들이 어지럽고 지저분한 뒷골목 풍경들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호치민시 관광은 사이공 강변과 도심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 사이드 밀러도 없이 쌩쌩 내달리는 오토바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자전거들 때문에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은 시속 15∼30㎞로 기어다녀야 한다.
문명탐방의 마지막 일정은 사이공강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즐기는 것. 호치민의 무명 가수들이 불러주는 `다함께 차차차' 등 우리 유행가들이 더욱 흥을 돋궈준다.
휘황한 불빛으로 짙게 화장한 강물 위로 떠다니는 둥근 달을 보고 있으면 짧은 여행의 아쉬움이 남지만….
안녕 사이공, 굿바이 인도차이나.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인도차이나 문명답사는 4박5일과 5박6일 두가지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4박5일(김포공항 출국세와 공항세까지 포함 97만원)은 베트남 호치민시와 메콩강 삼각주, 캄보디아 톤레샵호수와 앙코르유적지를 둘러보며, 5박6일(김포공항 출국세와 공항세까지 포함 107만원)은 4박5일 일정에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관광과 킬링필드 답사를 추가시켰다.
4박5일은 97만원, 5박6일은 107만원. 두 상품 모두 김포공항 출국세와 공항세를 포함시킨 특별요금이다.
1차팀은 3월 5일 10일 12일(이상 4박5일), 8일 15일, 22일(이상 5박6일)에 각각 떠나며 선착순 30명씩 마감한다.
신청문의는 스포츠조선 사업본부 (02)724-6983∼5, 트랜스아시아투어 (02) 730-3008)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