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맛을 보여드립니다'] 비현실적 스토리 씁쓸한 맛 남겨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4시 10분
오는 29일 종영되는 SBS TV 월화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극본 서영명 연출 문정수)는 독특한 색깔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다.
우선 소재에 있어 가장 흔한 고부간, 사돈간, 부부간의 갈등을 채택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필체로 `만약 저 인물이 나라면…'하는 이입효과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비현실적 요소들이 하나 둘씩 비판의 목소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사건. 지나치게 우연적 요소들이 많다. 일생에 한번이나 일어날까 하는 일들이 이 드라마 속에서는 평범한 사건일 뿐이다. 어느날 아기를 버리고간 미혼모의 협박, 강성연의 갑작스런 사산과 불임 위기, 사돈간의 경우없는 노골적 감정싸움 등.
다음은 인물. 과장되고 이기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딸의 의지에 앞서 이혼을 강요하며 위자료를 언급하는 친정 어머니 김윤경, 일을 위해 시어머니에게 각성제를 권해가며 아기를 돌봐달라는 차승원 오연수 부부 등.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한 장면들이다.
시대의식조차 불분명한 무정형의 초(超)개성시대를 살며 현실을 반영한다는 드라마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 천년을 맞아 현실의 적절한 반영 속에 잔잔한 여운과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욕심일 뿐일까.
[정현석 기자 hsch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