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스프링캠프 3대 조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3시 31분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은 전투에서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사례로 널리 꼽힌다.
중국 후한말기인 208년 5만명에 불과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양쯔강 유역 적벽에서 25만명에 이르는 조조의 대군을 화공(火攻)의 계략으로 섬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의 바람을 철저히 조사한 제갈량의 뛰어난 기상감각 덕분이었다.
제갈량은 겨울철에는 이 지역의 통상적인 북서풍이 한때 동남풍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시기를 정확히 포착해 화공작전을 세워 쇠사슬로 묶어 놓은 조조의 전함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적벽대전으로 육지로 달아난 조조군은 관우에게 패했고, 진중에 유행병까지 돌아 할수 없이 북쪽으로 철수했다.
전쟁에서 뿐만아니라 날씨는 우리들의 모든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기예보가 가장 중요한 생활뉴스로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날씨 정보를 재가공해 판매하는 기상정보산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날씨 정보를 알면 돈이 보인다'는 말처럼 기상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야구팀들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도 날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스프링 캠프의 3가지 조건으로는 따뜻한 날씨, 충분한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과 제반시설, 훈련장소가 도시 중심가에서 멀리떨어져 있을 것 등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야구 축구 등 야외경기에 있어서 섭씨 20도일 때 선수들의 컨디션이 가장 좋아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낮의 기온이 섭씨 7∼8도 일때 몸을 풀려면 한시간 이상의 준비운동이 필요하지만, 20도일 경우 1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적합한 날씨에서는 그만큼 훈련시간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부상방지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팀들이 해외에 스프링 캠프를 차린 것은 모두 따뜻한 날씨 때문이며, 미국의 플로리다(LG, 현대) 애리조나(한화, 삼성) 하와이(두산, 쌍방울) 그리고 중국 광저우(해태)의 낮기온은 모두 평균 20도를 넘는다.
아직 국내 전지훈련이 남아있지만 어느 팀이 따뜻한 날씨를 가장 잘 이용해 시즌 개막때까지 베스트 컨디션을 이끌어 내느냐도 장기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열쇠인 셈이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