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옆에서 보는 듯 현장감 생생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4시 17분
한적한 숲의 밤, 수리부엉이 삼형제가 태어났다. 그 중에 한 마리는 죽고, 두 마리만 살아남았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EBS가 17일 오후 8시부터 1시간동안 방영할 특집다큐멘터리 `수리부엉이'.
시사회를 통해 미리본 이 작품은 수리부엉이 형제의 탄생에서 독립, 그리고 그 이후 생존과정을 담은 감동의 드라마로 손색이 없었다.
`수리부엉이'는 자연다큐의 장인으로 정평이 난 박수용 PD가 97년 `솔부엉이'에 이어 선보인 그의 여섯번째 자연다큐멘터리.
6년의 관찰기간을 거쳐 꼬박 1년간 직접 카메라를 붙들고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동시녹음과 함께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은 완벽한 촬영은 마치 수리부엉이 둥지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줄 만큼 생생하고 리얼했다.
병아리 같은 모습의 새끼들이 쥐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과 수컷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배우는 장면, 교미를 허락받기 위해 쥐와 토끼를 잡아다주며 열심히 구애하는 수컷의 행태 등은 이색적이었다.
특히 수리부엉이 삼형제중 둘째가 죽자 어미는 다른 새끼에게 먹이로 물어다주고 사냥에 미숙한 셋째가 둘째를 먹으며 하룻밤을 지새는 장면은 눈물겹고도 충격적이다.
산란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새끼를 키우는 중에도 교미를 계속한다는 사실과 먹이를 쌓아두는 습성 때문에 생겨난 `부엉이굴'이란 얘기를 실제 카메라앵글로 입증해보인 점도 커다란 성과로 보였다(*옛사람들은 부엉이 둥지에서 토끼나 꿩을 꺼내다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겼다고 함).
다만 먹이포획을 위해 오리와 닭을 잡아 목을 끊어내는 등 일부 잔인한 장면은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를 십분 고려한다해도 공중파용으론 적절치 않아보였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