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골드뱅크 구단버스 기사의 석연찮은 사직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4시 04분
한창 잘 나가는 골드뱅크는 13일 대전 현대전을 앞두고 해괴망측한 일을 당했다. 구단버스 기사인 이응섭씨가 이날 아침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것이다.
창졸간에 벌어진 변고인지라 골드뱅크는 부랴부랴 대리 운전수를 구해 현대전을 마치고 수원 숙소로 돌아왔다. 버스기사는 구단 관계자와 사소한 말다툼 끝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상경했다는 게 골드뱅크측의 설명이다.
평안감사도 제가 싫으면 그만. 그런데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 일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지는 느낌이다.
이씨는 골드뱅크의 전신인 나산 시절부터 구단버스를 몰아온 사람. 한때 몇달치 월급이 밀리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씨는 프로농구단 버스기사 모임의 회장을 맡으며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얼마전 회식에서는 "선수들을 태우고 다니는 덕택에 자식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할 만큼 자기 직업에 만족했다.
그런 이씨가 왜 갑작스레 사직서를 던졌을까.
그를 아는 주변 인물들은 "이씨가 골드뱅크를 떠난 나산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전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의 돌출행동에 구단과 선수단의 내분설이 퍼졌고 "배후조정세력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씨가 꼬드김에 넘어갈 소인배가 아니다"며 전임자들의 관련설을 믿지 않던 골드뱅크측은 `김태일 감독대행 죽이기' 루머로 해프닝이 확대되자 "소문의 진원지를 밝혀내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남은 사람들이 떠난 이들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은 프로농구판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런지.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