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시뮬레이션 베팅서 6할대 맹타…자신있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1시 49분
`이종범은 죽지 않았다.'
매일 이를 악물고 또 문다.
필사의 대시가 눈물겹다.
주니치 이종범(30)은 매일 저녁 9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기장을 펴든다.
깨알같이 빼곡하게 적힌 일기장에는 몇번이고 자신을 다그치는 칼날같은 비수의 말이 반복해서 적혀있다.
스프링캠프 두번째 시뮬레이션 배팅서 3타수 2안타를 날린 13일에도 어김없이 숙소인 문비치호텔의 책상 머리에서 머리를 싸맸다.
"자서전을 쓰고 있다"며 슬쩍 농담을 건네고는 "해볼때까지 해보겠다"며 가슴속에 눌러뒀던 울분을 토해낸다.
두차례의 시뮬레이션 배팅에서 6타수 4안타. 3루타와 2루타도 한개씩 있었다.
지난 11일 우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을때는 한을 토해내듯 보란듯이 3루로 달렸다.
마침 홈베이스 뒤에는 호시노 감독이 팔짱을 낀채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프링캠프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베스트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늘 가슴 한켠을 짓누르는 것은 팀 사정.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온 딩고(닐슨의 등록명)와 4번 붙박이 고메스(푸에르토리코)가 1군 출전 엔트리 두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늘 똑같은 톤으로 말한다.
"선입견이 중요하겠지만 개의치 않겠다. 내가 할일만 완벽하게 한뒤 목소리를 높이겠다."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오키나와에서의 하루 일과는 기계처럼 돌아간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선배 선동열, 친구 이상훈과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내 쓸쓸하게 느껴질법도 하지만 `외로움'은 사치스런 고민에 지나지 않는다.
오후 6시에나 숙소에 돌아와 통역원 최인호씨와 함께 식사를 한뒤 방으로 직행해 바로 다음날을 준비한다.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이종범이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