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꼬마돼지 베이브2' 돼지눈에도 세상은 요지경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5시 27분
"웃으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나 복돼지! 엔터테이너야."
요즘 극장가에 영화물량이 많아졌지만, 참으로 권할만한 영화도 찾기가 쉽지 않다. `꼬마돼지 베이브2'는 볼거리가 풍부하고, 정서적으로도 엔돌핀이 팡팡 솟아날 정도로 긍정적인 구석이 많은 영화다.
전편의 양치기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꼬마 돼지 베이브가 빚더미의 농장을 구하기 위해 하겟 부인(마즈다 수벤스키)과 화려한 도시로 떠난다. 도시는 생존의 정글로 인간들로부터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 원숭이 등이 빈곤과 추위에 떨며, 슬픔과 냉소를 토해내며 숨어 지내거나, 서로 적대시 하며 지내고 있다.
보금자리를 잃은 동족(?)을 구하는 베이브의 영웅적인 활약상과 하겟 부인이 파티장에서 공중그네를 타는 장면에선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사람을 닮고자 하는 오랑우탄의 모습은 연민의 정과 함께 애교만점. 다양한 영화음악은 환상적이고, 유쾌한 선율로 흥을 돋우다가도, 대목대목에서 심금을 울린다.
조지 밀러 감독의 `꼬마돼지 베이브2'는 전편을 능가하는 세련된 컴퓨터작업으로 만들어진 동화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들의 바이털리티를 쾌청하게 살려줄 뿐만 아니라 동적 감흥을 이끌어내는 리듬감을 살린 극적 구성이 뛰어나다. 이 영화가 훌륭한 까닭은 속편다운 속편을 제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편의 상술을 우려먹는 안이함을 넘어 이야기의 연속성을 살리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재창조했다.
영화의 기능이란 본래 꿈꾸기가 아닌가. `꿈의 아들'인 베이브가 인격권을 부여받아 성장은 물론 지능개발의 가능성을 꿈꾸며 숨이 차오르게 달리는 장면에서는 눈물겹다 못해 감정이 동화될 정도다.
또 이 영화가 뛰어난 점으로는 정치적인 이상과 우화적인 장치와의 적절한 결합을 들 수 있다. 동물의 감정을 빌어 민주주의 질서와 부의 균등한 분배원칙,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간사한 마음을 다스리는 패러디가 있다. 동물의 캐럭터에서 우리 자신의 각자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베이브는 도시의 친구와 농장을 구할 후원자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을 나설 때는 빈손으로 나가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뭔가를 들고 오도록 할 것. 그렇지 못할 때 베이브가 하는 말이 있다. "인간보다 못한 동물이야!" (19일, 단성사 키네마 강변CGV11 등)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