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 노조 비하 발언 파문
기사입력 2000년 02월 11일 23시 18분
10일밤 MBC-TV `정운영의 100분 토론'에 출연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차장의 노동조합 비하 발언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11일 낮 12시쯤 김순호 조직국장 등 30여명의 항의방문단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으로 보내 KBO 박용오 총재와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1시간여동안 시위를 벌였다. 항의방문단은 총재실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박총재, 이상국 사무총장 등과 30여분간 협의, 이차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박총재와 한국노총 항의대표 김순호 조직국장간의 합의사항은 ▲노동조합을 납치@음모단체로 매도한데 대해 조선 동아 한겨레 등 3개 일간지와 노동일보에 사과광고 게재(12일자) ▲노동조합을 매도한 이차장 문책 ▲향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실체를 인정하고 성실한 대화에 임할 것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노총에 공식적으로 사과공문을 보낼 것 등.
이어 오후 2시쯤에는 민주노총의 유덕상 부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대표단이 KBO를 방문, `천삼백만 노동자 이름으로 KBO 망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전달했다. 민노총 대표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왜 프로야구선수협의회라는 선수들의 소박한 활동이 이토록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이 매장당하는 일이 벌어지는지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면서 "재벌들이 프로야구선수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선수회 활동조차 `주인에게 감히 달려드는 아랫것들의 움직임'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 선수협에 대한 탄압을 분쇄하는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의 요구사항 역시 ▲노동조합을 매도한 데 대해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천삼백만 노동자에게 사과할 것 ▲이상일사무차장을 파면할 것 ▲선수협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선수협을 인정할 것 등이다.
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KBO에서 열리던 정기이사회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잇단 항의방문으로 중단됐다가 오후 4시부터 속개됐다.
[이창세 기자 ulsub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