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이해득실에 밀린 도시 연고제
기사입력 2000년 02월 11일 23시 18분
줄기차게 주장하던 도시연고제는 완전히 물건너 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이사회서 신생팀 SK의 연고지를 사실상 수원으로 확정하고 현대를 서울로 진출시킨다고 결정했다. 그럴듯하게 도시연고제까지 언급했다. 서울을 개방했다는 얘기다.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참 우습다. 도시연고제는 말뿐이고, 전제되어야할 전면드래프트는 언급조차 없고 장사속만 가득하다.
도시연고는 프로야구판을 키우는 제도다. 팀이 도단위가 아닌 도시를 연고로 삼기 때문에 연고지를 자유롭게 옮길수 있고 인근 도시에 다른팀이 들어 올 수도 있다. 또 지역자치단체와의 협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져 팬들의 욕구를 채워준다. 제대로 된 도시연고제는 현행 연고지역 선수 1명을 우선적으로 지명할 수 있는 드래프트제가 아닌 균형적인 선수수급이 가능한 전면드래프트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게 서울은 내줄수 없다고 버티던 두산 전 구단주인 KBO 박용오총재와 LG. 왜 갑자기 선뜻 현대에 서울을 열어줬을까. 돈 때문이었다. 현대는 SK에 수원을 주고 보상금을 받고, LG와 두산에 별도 보상금을 건네기로 밀약을 맺었다는 말이 나돈다. 롯데나 해태 역시 차후 생길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빴다. 롯데는 향후 신생팀이 시장성이 있는 마산이나 울산으로 들어오면 연고 권리금을 주장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해태는 사라진 쌍방울 대신 나중에 뭉칫돈이 될 수 있는 전주를 삼켰다.
결국은 이날 이사회서 소외된 삼성 한행수사장이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이사회장을 떠나고 이례적으로 표결까지 했다. `파이를 키워서 더 많이 나눠먹자'는 프로야구 발전론이 아닌 돈논리만 팽배한 이사회. 이제 누가 수백억원대의 연고보상금을 내고 프로야구에 뛰어들수 있겠는가?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