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르포] 특급 룸살롱 25시 '초호화 술판'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48분
술 한병에 200만원, 술값 2800만원.
한 벼락부자가 기록한 하루 술값 명세서다.
벤처기업의 급속한 성장과 코스닥시장 활황을 타고 `30대 갑부'가 늘면서 특급 룸살롱들이 번창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 테헤란 벨리의 초호화 룸살롱들. `대중형' 룸살롱과는 비교가 안되는 `상류사회의 놀이터'다.
소비향락문화를 부추겨 `보통 사람들'을 초라하게 하는 특급 룸살롱의 실체를 추적했다.
■밤의 세계
금요일 오후 8시30분. 서울 역삼동의 한 횟집 건물 1층 입구.
별다른 설명 없이 달려있는 `C'라는 간판 밑으로 세련된 차림새의 아가씨들이 종종걸음쳐 들어간다.
다소 칙칙해 보이는 입구와 달리 세련된 스테인레스 스틸로 단장된 2층 통로를 지나면 요즘 잘 나간다는 룸살롱 `C'가 나온다. 고급스런 원목으로 깐 마루와 산장의 분위기를 살린 조명이 시야를 압도한다.
취재진과 함께 들어선 벤처기업인 N씨(34)는 `C'의 단골. 반갑게 N씨를 맞은 마담 K씨(33)는 대리석과 대형 샹들리에가 주로 등장하던 80년대식 내장을 고치는데 평당 200만원 이상이 들었다고 귀띔한다.
좁은 복도 끝 대기실에서는 출근한 접대부들이 화장을 고치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출근해야 하는 인원은 모두 30명. 빈 인원이 있는지 마담들은 좁은 복도를 지나며 분주하게 핸드폰 번호를 눌러댄다. 그러는 사이 15개의 룸은 모두 찬다.
마담의 인사를 거쳐 `아가씨들'이 방에 들어오는 시간은 9시 전후. `공주 의상'은 아니지만 세련된 캐주얼 차림의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어느정도 분위기가 잡혔다 싶으면 마담은 슬쩍 자리를 뜨고 술자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물론 접대부들도 짝을 맞춘지 30분이면 하나둘씩 일어난다. 이른바 `더블'. 예전같으면 손님 앞에서 버젓이 다른 방으로 가는 건 대단한 실례였지만 요즘은 고급일수록 파트너 얼굴 보기가 힘들다.
"하루에 팁으로 30만∼40만원의 수입을 올려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붙어 있지 않죠." K씨는 한마디 덧붙인다. "세련된 손님들은 이해하시더라구요."
초저녁에 온 손님들이 자리를 뜰 무렵인 밤 12시∼오전 1시. 새로운 손님들로 물갈이가 된다. 아예 회사에 목을 매고 늦게까지 일하는 진짜 `벤처족'들이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술자리는 다시 이어진다.�
＜SC 현장 르포팀＞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차병선 기자 acha@sportschosun.com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