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직장인들 틈나면 '만화 보자'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5시 13분
늙다리 만화세대들이 만화주권을 선언한다?
80년대 이후 만화잡지가 만화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10대 위주의 문화로 빠르게 성장해 온 우리만화.
하지만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일고있는 만화열기는 더 이상 만화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만화삼매경에 빠져있는 넥타이족들을 목격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버렸고, `용비불패' `열혈강호' `배가본드' 등 직장인들 사이의 인기만화들을 모르면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는 바로 왕따. 정보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스포츠신문과 일간지들의 만화면을 섭렵하기도 한다.
이제 만화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비주류 대중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려 한 90년대 한국 문화계의 시도가 배경이 되고 있다.
`시마과장' `비트' `누들누드' 등 4∼5년전부터 쏟아져나온 주옥같은 만화는, 만화를 보며 성장한 신세대 직장인들의 감성을 채워주며 성인만화독자층의 형성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만화애호가인 박용식씨(31．D통상 대리)는 "성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은밀한 성담론부터 셀러리맨들의 애환, 재미있는 오락까지, 요즘의 만화는 영화보다 직접적이고 강렬한 매력으로 충만하다"며 만화예찬론을 편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만화서비스들이 제공되기 시작해 직장인 만화문화의 확산에 기폭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이라는 완벽한 사적공간에서라면 구애받음 없이 자유롭게 만화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네티즌 만화광들의 주장. 지난해 12월에 세계 최초의 만화전문 웹진으로 출발한 `코믹콜'(www.comicall.co.kr)은 창간 3개월만에 20만명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동류문화로 자리잡은 만화. 소프트웨어의 고급화와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진 구독시스템의 개발로 직장인들 사이의 만화붐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박성식 명예기자．학산문화사 팀장]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