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기아 강정수코치 '운명의 장난'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3시 28분
`우째 이런 일이.'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강정수 코치(38)는 한가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프로농구 감독에서 코치가 된 첫번째 케이스인 것.
지난시즌까지 강 코치는 2년간 SBS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새롭게 기아 코치에 부임했다. 그런 강 코치에게 친정팀 SBS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다들 아끼던 제자였고 동고동락하던 후배였다.
하지만 이제 강 코치는 SBS만 떠올리면 옛 정보다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것 같다. 올시즌 유일하게 전패의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1일 부산에서 열린 4차전을 포함해 SBS와의 시즌 네차례 맞대결서 모두 패했다. `전관예우'라도 한번쯤 떠올릴만도 한데 SBS는 유독 옛 스승이 코치로 있는 기아만 만나면 펄펄 날고 더욱 힘을 냈다.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면서 강 코치는 팀관계자들을 볼 면목이 없단다. 그가 SBS에 대해서 속속들이 꿰고 있기 때문에 어떤 팀보다도 편하게 게임을 치르리라는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강 코치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생각에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속은 쓰릴 수 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한게임만이라도 꼭 이겨야죠." 기아는 오는 20일 잠실에서 SBS와의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강 코치의 마음은 벌써부터 그날을 향해 뜀박질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js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