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보는 노래 '뮤직비디오'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4시 30분
이제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만이 아니다. 듣는 것에서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른바, `멀티적'으로 음악팬들에게 파고들지 않으면 그 음악은 오랜 시간 사랑받지 못한다. 또한 `멀티화'된 음악팬들 곁에 다가설 수도 없는 모양이다.
바로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인데, 요즘 가수들이 내놓고 있는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최근 리메이크한 조성모의 `가시나무'나, 스카이의 `영원'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 그 자체다.
조성모의 `가시나무'의 경우,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겡기데쓰까(건강합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든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무대로 나온 일본 홋카이도와 삿포로를 배경으로 이영애, 손지창, 김석훈 등을 등장시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소복한 흰눈처럼 순결한 사랑도 있고, 복수도 있다.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
손가락을 자르면서까지 자신을 지킨 이영애의 눈물겨운 사랑을 보며 사람들은 눈물을 짓는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통해 `가시나무'라는 노래를 각인시킨다.
영화 `러브레터'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의 촬영장소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이 한 여행사에 의해 싼 가격에 개발되어 많은 청소년들이 그곳을 둘러보고 있다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소은이 내놓은 `서방님'이라는 노래 역시 독특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창력, 곡의 완성도를 떠나 `서방님'이라는 제목은 요즘 신세대들에게 `확 깨는 제목'이다.
실제로 작곡가는 이소은이 녹음실에 들어갈 때까지 `서방님'이라는 제목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기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음악 덕분에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서방님'이라는 말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너무나 유명해 처음에는 얼굴없는 가수로 나선 최진영의 `스카이' 역시 킬러를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 덕을 톡톡히 봤다. 사실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음악보다는 뮤직비디오 속에 그려진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입양아 형제의 애틋한 운명을 더욱 감명받게 봤다.
그래서 처음엔 음반판매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후문.
막상 최진영이 얼굴을 내놓고 활동을 하면서부터 음반판매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내놓고 나중에 얼굴을 공개한 `조성모식 프로모션'을 그대로 따랐는데 어쨌든 최진영은 평생 소원인 가수 소원을 풀었다.
유리상자의 `신부에게'라는 뮤직비디오는 탤런트 김현주가 무료출연을 했는데 조건이 `딱 6시간'만 시간을 내준다는 것. 유리상자 멤버들이 층계나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이 많은데 움직이게 되면 촬영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노래는 듣는 것만이 아닌 모양이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