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와해위기 왜… 분열 매수-밀약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12시 04분
선수협의회가 맞닥뜨린 최대의 적은 내부에서 나왔다. 선수들간의 분열. 그 안타까운 틈새를 벌리는데 일부 구단의 선수단 매수설과 밀약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작부터 밀약설이 돌았다. 구단간 참여인원을 맞추자고 결의한 선수협 준비 초기 단계부터 특정구단의 참여인원과 순서에 유난히 민감했던 일부 구단대표들이 의심을 샀다. 상황이 진전되면서 모구단은 노골적으로 선수대표에게 "너는 해도 좋다. 후배들은 막으라"고 지시했다.
지난 21일 창립총회 언저리에서는 밀약설이 극에 달했고, 매수설이 튀어나왔다. 불꽃튀는 눈치작전을 벌인 각팀 선수들이 얼추 `짜여진 순서'대로 나타나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모구단 선수들은 구단측에 "꼴찌로 입장하겠다"는 약속을 해줬다는 치졸한 밀약설까지 정설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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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모구단은 선수단에 "불참하면 보상하겠다"고 약속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큼직한 당근 탓에 들락날락거릴수 밖에 없던 해당구단 선수들도 문제지만, 새어나오는 매수설에 마구 흔들린 타팀 선수들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매수설을 믿는 선수협 소속 선수들은 "돈을 받고 뜻을 꺾는 것은 동료를 파는 행위"라고 열을 올린다. 덕분에 선수들간 말싸움과 자기비난, 자괴감이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어이없게도 선수들간 맞싸움같은 릴레이 기자회견이 이어진 24일 오후는 흑색선전과 비방전의 하이라이트. 감정이 격해진 선수들 사이에서는 모구단의 일부선수 `앞날 보장설' `사후 보너스설' 등 매수설의 잔가지가 기승을 부렸다.
"누군가의 가장 효과적인 분열정책"이라는 관찰이 돈다. 선수협의 위기를 부른 최대의 적이 `설'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