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ML정복 여유만만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46분
`훈련 일정, 경험, 자신감'의 3위 일체로 `야생마' 이상훈(29．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 정복 준비가 순조롭게 집행되고 있다.
겨울 폭풍이 몰아쳐 대낮에도 섭씨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혹한이 뉴잉글랜드 지역을 덮친 24일(이하 한국시간) 이상훈은 휴식으로 하루를 보냈다. 훈련 만큼 중요한 것이 휴식이라는 것을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 신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메이저리그 신인' 이상훈은 일반 신인과는 판이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들이 이상훈에게서 느긋한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여가가 나면 기타를 잡는 것도 여전하다. 왼손잡이면서 오른손으로 기타를 치는 그는 "왼손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백이면 공을 채는데 큰 도움을 준다"며 너스레를 떤다.
훈련 계획은 마치 짜맞춘듯 마음에 꼭 든다. 2월초(4-5일경으로 예정)까지는 보스턴에서 몸만들기에만 집중하고 플로리다주의 포트마이어스로 이동하면 곧바로 공을 잡을 예정이다. 투수와 포수들이 스프링 트레이닝장에 입소하는 날은 2월19일이지만 이상훈은 2주 빨리 도착해 적응 운동을 펼치게 된다. 캐치볼부터 시작해 불펜에서 공을 뿌리고 타자들을 상대하는 시뮬레이션 투구에 이어 자체 청백전, 그리고 3월5일부터는 시범 경기에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한다.
이상훈은 "일본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야구할 때의 일정과 아주 흡사해 마음도 편하고 컨디션 조절도 아주 용이하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작년 11월21일부터 20일간 제주도에서 오전 오후로 맹훈련을 펼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를 위해서는 절대 오버 페이스를 하면 안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일단 훈련에 돌입하면 혼신의 힘을 쏟아넣지만 쉴 때면 마냥 느긋할 수 있는 여유에 오히려 믿음이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약속이 엇갈려 자정 넘어 친구집에 가서 라면에 밥을 말아먹었다는 이상훈은 24일(한국시간)에는 완전한 휴식을 가졌다.
늦잠을 하고 친구집에서 국밥으로 점심을 먹은 이상훈은 오후에는 기타를 치고 쉬다가 친지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3일 훈련하고 하루를 쉬는 동계훈련을 받았던 이상훈은 미국에 오자 주말 이틀이 훈련이 없어 그중 하루만 쉬고 있는데 "훈련 만큼 중요한 것이 휴식"이라고 한마디.
[보스턴(미국 매사추세츠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