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조한승 3단 ●이세돌 3단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22분
총보(1∼175)＝신예 유망주이자 라이벌끼리의 대국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판은 이 3단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조 3단으로선 전혀 자신의 바둑을 구사하지 못한, 컨디션의 난조를 보인 한판이다.
즉 백의 패인은 결정적 패착에 있었다기보다 거듭된 실착이 누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초반 백의 흐름을 흑 쪽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 실착이 백 48이다. 실리에 너무 집착한 수로 50의 곳에 뻗어두는 것이 급소였다. 아마 흑 49로 치고 나오는 기발한 착상을 조 3단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같다.
게다가 백 68이 쓸데없는 응수타진으로 그냥 77의 곳에 갈라쳐 갔으면 그때부터의 바둑이 시작됐을 것이다. 흑 75 때 백 76 이하 적극적인 침입작전까지는 좋았지만 수습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즉 백 84로는 175의 곳이 양수겸장의 급소로 쉽게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후에도 백의 실착은 계속이어진다. 백 92의 불필요한 가일수. 백 106, 108의 실속없는 수습책 등 한수라도 제대로 두었으면 여전히 긴 승부였다. 결국 흑 119가 결정타. 가뜩이나 불리한 국면에 149까지 중앙이 초토화되어서는 더 둘 명분이 없어진 백이다. 175수 이후 수순은 승패와 관계없어 생략한다. 이로써 이 3단은 처음으로 이 기전 본선에 올라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흑 불계승.
[해설．이세돌 3단/글．공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