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인간 Y2K는 끝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9일 14시 15분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Y2K)가 큰 사고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사람의 뇌는 여전히 `Y2K'신드롬을 겪고 있다.
새천년이 된지 한달이 가까이 돼 가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옛 밀레니엄의 잔영을 떨쳐버리고 못하고 있다.
`인간 Y2K' 현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은행 등 금융기관. `199 년 월 일'로 적혀있는 기존의 입@출금 기록표는 연월일 란에 아무 숫자가 없는 것으로 대체됐는데, 연도란에 1999로 적다 지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흥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10명중 3∼4명꼴로 입@출금표 연도를 잘못 쓰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의 진료카드에도 이같은 연도오류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많은 병원들이 컴퓨터로 진료카드에 초진일 등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때도 `19∼'로 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고쳐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따른 종이 낭비가 심하다.
한의사 한윤승씨(42．경기 광주 한윤승한의원장)는 "환자들과 상담하면서 날짜를 기록해두는데 무의식적으로 1999년도로 쓰는 적이 많다"며 "해가 바뀔때마다 연도의 끝자리를 잘못적는 경우가 가끔 있었으나 올해는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었기 때문에 혼동현상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체의 업무보고나 기안서류에서도 연도를 잘못 적어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S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이모씨(32)는 "한 동료가 컴퓨터로 작성하는 보고서 제출날짜를 `1999년 1월×'로 적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며 "이럴때마다 동료들이 Y2K가 발생했다며 놀려대곤 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신승철박사는 "태어난후 줄곧 `19∼'로 시작되는 연도를 사용해온 사람들이 갑자기 2로 시작되는 네자리수를 표기하려고 하니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난해 말 대대적인 새천년 행사로 `2000'이 많이 각인된 상태여서 그나마 정도가 덜한 편이지만 표기 오류는 상당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