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욕 많이 먹을수록 시청률 쑥쑥 '즐거운 팥쥐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9일 14시 15분
`욕먹을 수록 신난다?'
브라운관에 `팥쥐' 같은 여자들이 늘고 있다.
당사자는 욕을 실컷 먹지만 제작진은 휘파람이 절로 난다. 욕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드라마 시청률은 쑥쑥 올라가니까.
채시라 박선영 이재은 염정아 윤유선 등이 요즘 한창 시청자의 욕을 먹고 사는 대표적인 여배우들.
채시라는 KBS 1TV 대하사극 `왕과 비'에서 표독스런 인수대비. 권력사수를 위한 `공포정치'를 단행하며 심지어는 며느리까지 사약을 먹게 했다. "흥~"하며 냉소적 코웃음을 터뜨릴땐 소름이 `쫙' 끼칠 정도.
이쯤되자 시청자들은 `극중인물' 인수대비가 아닌 `연기자' 채시라를 미워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연기력이 엄청나다는 반증.
`악역'이란 말을 채시라는 시인하지 않는다. 종묘사직을 보존키 위한 당시의 시대적상황이 어쩔수 없었단다.
사실 폐비의 일을 두고 내내 가슴 아파하는 장면에선 인수대비의 인간적인 고뇌가 드러나고 있다.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MBC 드라마 `진실'의 박선영.
`정때문에' `내일을 향해 쏴라' 등의 드라마에서 반듯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심어오다 180도 캐릭터를 바꿨다.
친구에게 수능시험을 대신 보게 한 `범법행위'를 사주한 것도 모자라 재력과 신분을 이용, 정말 지독히도 미운짓만 골라한다.
토끼머리에 부잣집 티가 철철 나는 의상, 최지우에게 "너 정말 머리가 나쁘구나"하는 비아냥 등은 더더욱 그녀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게 만든다.
방송초기지만 박선영은 벌써부터 외출하기가 겁날 정도. 그대신 치솟는 시청률과 함께 폭발적인 연기력을 비로소 인정받고 있다.
염정아. KBS 1TV 일일극 `해뜨고 달뜨고'에서 시도때도 없이 잔머리를 굴리는 얄밉고도 귀여운 역이다.
일문제로 만나 악연을 맺게된 유호정이 형님이 되는 과정에서 뻔한 거짓말과 술수로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영화 `노랑머리'의 이재은은 틈만나면 명세빈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KBS 2TV `그녀가 좋다'. 드라마가 애초부터 `현대판 콩쥐-팥쥐'로 기획됐다.
이재은은 아버지회사에 취직한 명세빈에게 일부러 목욕타월을 가져오게 하는 등 명세빈의 자존심에 흠집을 낸다.
`왕과 비'의 윤유선 김정란도 조역이긴 하지만 입만 벌리면 가시달린 말을 내 뱉어 시청자들의 울화통을 치밀게 한다. 이들은 중전 간택이 한창일때는 김성령(폐비윤씨)의 허수아비 인형에 바늘을 꽂아댔고, 이후에도 채시라에게 진드기처럼 붙어 사악한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자고로 악역없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악역을 자처하고 나서는 스타급 연기자는 드물다. 하물며 여자 탤런트임에야.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면 다음 드라마에서 `천사표 캐릭터'로 돌아오기가 결코 쉽지 않은 탓.
그래서 악역을 하려면 용감해야 하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용감히(?) 욕을 먹고 있는 여자 탤런트들. 이들에게선 대부분 그런 공통점이 있다.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