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코트밖에서] 관중 즐겁게 해야 '명감독'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5시 01분
NBA도 마찬가지지만 국내프로농구에서도 감독들의 교체가 심한 편이다. 성적이 나쁘면 시즌중에라도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NBA나 국내프로농구나 일리걸디펜스(부정수비)라는 규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한 전술은 펼칠 수 없다. 게임의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존디펜스(지역방어)는 허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맨투맨(대인방어)만 가능하다. 그래서 작전면에서는 감독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러면 감독의 능력을 재는 잣대는 무엇일까?
NBA에서 명감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은 마이매이 히트의 팻 라일리와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외모가 좋다는 것. 다른 감독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들이 코트 사이드에 나타나면 빛이 난다. 마치 은막의 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팻 라일리가 LA 레이커스 감독 시절 필라델피아 76ers의 빌리 커닝햄과 펼친 `패션 대결'은 유명하다. `오늘은 어떻게 싸울까'에 못지않게 `오늘은 어떻게 입을까'가 이들의 관심사중 하나였다. 라일리는 격렬한 액션뒤에도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체크할 정도였다.
농구는 코트가 작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감독의 액션이 관중들에게 잘 보인다. 그들은 `구단의 얼굴'인 것이다.
최근 동양 오리온스가 박광호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배경에는 그의 `인상'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TV를 지켜 본 구단주가 "왜 감독의 표정이 항상 저 모양이냐. 저래 가지곤 찾아오던 승리도 도망가지 않겠느냐"고 자주 질책을 했다는 것.
출범 4시즌째를 맞고 있는 국내프로농구는 많은 면에서 성숙해 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 감독들의 코트 매너는 아마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 개성이 강한 스타들을 멋지게 조율하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감독의 덕목이 관중과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에게 던져진 `또하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농구팀장 mansc＠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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