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본격적인 에이전트 시대… SMI사 11명 싹쓸이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3시 12분
최근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SMI(대표 장 훈)가 스타급 선수 11명과 싹쓸이 비밀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야구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연봉계약을 비롯해 광고출연, 이벤트 등 일정의 수수료를 받고 개인업무를 대신 맡아주는 대리인으로 LA다저스 박찬호를 관리하고 있는 스티브 김을 통해 국내에도 낯설지 않는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박찬호 김병현(애리조나) 등 해외파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지난 97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이전트는 SMI를 비롯해 줄잡아 50여명. 김병현의 대리인 전영재씨, 지난해 12월 김동수의 삼성이적을 성사시킨 이홍재씨 등이 손꼽히는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식적으로 인정치 않아 활동은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선수를 직접 관리하던 관행이 몸에 밴 구단으로서는 에이전트의 존재가 눈엣가시이기 때문.
그러나 각 구단 스타선수들이 대거 에이전트 계약을 했거나, 할 예정이어서 머잖아 국내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 전문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빙그레(한화 전신)에서 현역생활을 했던 장 훈씨가 운영하는 SMI와 에이전트 계약을 끝낸 선수는 한화 장종훈 백재호, 롯데 마해영 문동환 주형광 김민재, 두산 홍성흔 정수근, LG 김재현 손 혁, 쌍방울 최태원 등.
계약조건은 2년 동안 광고출연이나 이벤트를 성사시켰을 때 선수수입금의 20%가 에이전트 몫으로 돌아가고, 연봉협상에 관여했을 경우 연봉의 5%가 수수료다. 다만 연봉협상은 구단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단과의 갈등을 우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SMI소속의 K선수는 "에이전트는 선수의 권리를 찾는데 힘이 되고, 홀가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좋은 제도"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각 구단에선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메이저리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연봉을 받는 국내 현실에선 시기상조"라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